
미국 스타트업 ‘차지 로보틱스(Charge Robotics)’가 이동식 조립 공정을 통해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의 설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로봇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MIT뉴스가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회사는 MIT 출신인 뱅크스 헌터 최고경영자(CEO)와 맥스 저스티츠가 공동 창업한 기업으로 태양광 패널, 지지대, 트랙 등을 투입하면 현장에서 자동으로 조립을 완료해 설치 지점까지 운반하는 일체형 조립 공장을 제공하고 있다. 초기 설치 단계인 금속 말뚝을 박는 작업만 제외하면 기계식 설치 대부분을 자동화한 셈이다.
헌터 CEO는 “이전까지는 매우 수작업 중심의 설치 방식이었지만 이제부터는 훨씬 간소화된 방식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라며 “태양광 업계의 헨리 포드 시대가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의 한 태양광 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한 경험을 회상하며 “당시 약 200만개의 패널이 모두 손으로 조립되고 고정되고 있었고 이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두 공동 창업자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문제점을 자동화 기술로 풀어내기로 결심했다.
태양광 설비 가격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반대로 설치비는 전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숙련 노동자 부족 문제까지 겹치면서 설치 지연이 태양광 보급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차지 로보틱스의 로봇 공장은 품질 검수용 비전 시스템을 포함해 일반적인 태양광 부품 및 규격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같은 현장에 복수의 로봇 공장을 배치해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적은 인력으로도 대규모 발전소 조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초기에는 건설업체들 사이에서 “이 시스템은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우세했지만 실제 작동 모습을 보고 나서 평가가 달라졌다고 헌터는 설명했다.
차지 로보틱스는 이미 미국 대형 태양광 설치 기업 솔브 에너지와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마쳤으며 현재까지 총 2200만달러(약 303억4600만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올해 말부터 상용 배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기술은 현재는 대규모 발전소 중심이지만 향후에는 주택용 태양광 패널 설치에도 적용돼 설치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