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가솔린차 수천달러 가격 하락, 순수 전기차업체 재앙급 타격"

월가 분석가 안톤 월만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보고서에서 "지난 4일 시행된 미국 연방 예산 조정 법안으로 전기차 시장 판도가 뿌리부터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만은 "새로운 법률로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를 의무로 팔 필요가 없어졌다"며 "이는 일반 가솔린 자동차를 더 저렴하게 만들어 전기차보다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는 급감하고 가솔린차 판매는 늘어날 것"이라며 "순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에는 재앙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전기차 의무제 전격 폐지, 10년 규제 틀 붕괴
기존 '전기차 의무제'는 자동차 회사가 특정 비율 이상의 전기차를 팔지 않을 경우 두 가지 선택권을 줬다. 가솔린차 한 대당 수천 달러의 벌금을 내거나, 테슬라 같은 전기차 전문업체한테서 상쇄 크레딧을 사는 것이었다. 이 제도는 2030년대 어느 시점에서 100% 전기차 수치를 목표로 하는 점진 척도였다.
월만은 "이 제도 때문에 일반 가솔린차 가격은 올라가고 전기차 가격은 내부 보조금 효과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4일 발효된 연방 예산 조정 법안은 이런 거래 가능한 크레딧 제도를 즉시 끝냈다.
이와 함께 오는 9월 30일부터는 7500달러(약 1030만원)의 연방 세액공제도 폐지된다. 월만은 "세액공제보다 더 큰 영향은 잘못된 차량 혼합에 따른 벌금 면제"라며 "이것이 언론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은 법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법안 시행 직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 전기차 계획을 잇따라 취소하거나 미뤘다. 닛산은 미국산 전기차 2대 출시를 연기했고, 혼다는 대형 전기 다목적차량(SUV)를 취소했다. 도요타 역시 전기차 SUV를 미루고 가솔린 그랜드 하이랜더에 집중하기로 했다.
월만은 "자동차 회사들이 이제 원하는 어떤 차량이든 자유롭게 팔 수 있게 됐다"며 "필요하지 않을 때 손실을 내는 제품을 만들 이유가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 테슬라 큰 타격 vs 기존 업체 수혜 틀
단기간에 가솔린차는 수천 달러에 이르는 '전기차 세금' 부담에서 벗어나 비용 틀이 나아질 전망이다. 반면 전기차는 기존 재고와 생산 일정 소진을 위해 1∼2년간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장기간으로는 전기차 가격이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만은 "자동차 회사가 더 이상 내부 보조금을 줄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이 비용 플러스 틀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180만대를 팔았지만, 올해 상반기 결과를 토대로 하면 160만대 미만 판매가 예상된다. 월만은 "테슬라는 이미 자동차 판매 사업이 줄어들고 있는 회사"라며 "수익성이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슬라의 또 다른 수익원이었던 크레딧 판매도 타격을 받는다. 월만은 "테슬라가 압도적으로 많은 크레딧을 다른 자동차 회사에 팔아왔는데 이 수익원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 BMW, 현대기아, 도요타 등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수혜를 볼 전망이다. 월만은 "이들의 비용 틀이 나아지고 더 이상 적자를 내는 전기차를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며 "전기차 전용이 아닌 자동차 회사에는 사실상 거대한 세금 감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테슬라에서 리비안, 루시드에 이르는 전기차 전용 업체들이 손해를 볼 것"이라며 "특히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가진 테슬라가 기업 실적과 주식 관점 모두에서 가장 큰 손실을 볼 것"이라고 진단했다.
월만은 일부 테슬라 낙관론자들의 "축소된 전기차 시장 안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새로운 거대한 역풍이 불 텐데 여전히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모든 확률과 논리가 그것에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