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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美·中 줄다리기서 '호주 우선주의' 천명…주권 외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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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美·中 줄다리기서 '호주 우선주의' 천명…주권 외교 추진

알바니즈 총리 미국 국방비 요구 거부…"전략적 현실에 뿌리둔 정책"
아시아 파워 지수 5위, 중국 무역·미국 안보 동맹 균형점 모색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부 장관(왼쪽)이 지난 2월 펜타곤에서 피트 헤그세스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장관(오른쪽)을 만나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부 장관(왼쪽)이 지난 2월 펜타곤에서 피트 헤그세스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장관(오른쪽)을 만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호주가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호주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불확실한 시대에 주권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는 전시 지도자 존 커틴의 추모식에서 미국 우선주의도, 중국 우선주의도 아닌 호주 우선주의라는 새로운 독트린을 주장했다. 그는 커틴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의 침략에 영국이 싱가포르를 비참하게 항복한 후 워싱턴에 등을 돌렸을 뿐만 아니라 호주의 외교 및 국방 태세가 전통이 아닌 전략적 현실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미국-호주 동맹의 "아버지"라고 칭송했다.

알바니즈 총리는 "커틴은 위기와 불확실성의 시기에 단결과 목적을 회복시켰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의 길을 따르고 우리 자신의 미래를 형성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신감과 결단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설은 부분적으로 호주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로 인상해야 한다는 최근 미국의 요구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이었다. 그는 일찍이 이러한 요구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호주의 국방 전략이 주권적 의무로 남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시드니 대학의 현대사 교수 제임스 커란은 이 연설을 알바니즈 총리의 가장 중요한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방비 지출을 늘리라는 워싱턴의 요구에 정중하게 '두 손가락'을 내밀고 있었다"고 커란은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곤두박질쳤고, 호주인의 3분의 1만이 미국을 책임 있는 글로벌 행위자로 여기고 있으며, 트럼프를 유능한 지도자로 보는 사람은 4분의 1에 불과했다.

로위 여론조사에서도 80%가 중국의 야망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16%만이 시진핑 주석을 책임 있는 국가원수로 보는 등 중국에 대한 깊은 경계심을 나타냈다.

리처드 말스 국방부 장관은 인력 부족, 조달의 비효율성, 투명성과 책임성이 결여된 제도적 문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지출을 늘리는 것은 역량 향상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호주 대학교 국정 및 안보 연구소의 트로이 리-브라운 연구원은 호주가 "민주적 방위 다이아몬드"의 남쪽 닻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는 본질적으로 침몰할 수 없는 거대한 항공모함이다. 이곳은 아시아 태평양에서 미군의 주둔을 위한 중요한 배치 및 물류 허브"라고 그는 설명했다.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이 지역의 오만한 후발주자로 오랫동안 비방해왔던 호주는 1970년대 초 백호주 정책이 포기된 이후 심오한 변화를 겪었다. 오늘날 2,800만 인구 중 3분의 1은 중국, 인도, 필리핀, 베트남 출신의 이민자이며,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온 대규모 디아스포라로 인해 인접 지역과의 유대가 강화되고 있다.

로위 연구소의 2024년 아시아 파워 지수에서 호주는 미국,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호주는 외교적, 문화적 영향력과 경제 교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방위 네트워크에서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페니 웡 호주 외무부 장관은 "우리는 운명이 우리를 위해 선택한 지리에 묶여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선택한 파트너십에 의해 강화된다"며 호주의 균형 외교 의지를 표명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