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심층분석] '사상 최대' 눈앞 인도 IPO... 420억弗 국내 자금이 이끈다

글로벌이코노믹

[심층분석] '사상 최대' 눈앞 인도 IPO... 420억弗 국내 자금이 이끈다

중앙은행 금리 인하에 개인 투자자 몰려… 외국인 80억 달러 순매도 압도
하반기 타타· LG전자 등 조 단위 대어급 줄상장... 지난해 기록 경신 유력
인도 붐바이 증권거래소. 인도 기업공개 시장이 역대 최대 규모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붐바이 증권거래소. 인도 기업공개 시장이 역대 최대 규모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도 기업공개(IPO) 시장이 역대 최대 규모의 한 해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잇따른 금리 인하와 뜨거운 국내 투자 열기에 힘입어 올해 신규 상장으로 조달된 자금은 이미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금융정보업체 딜로직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인도 증시에서 IP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67억 달러(약 9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인 54억 달러(약 7조 5000억 원)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인도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 IPO 시장으로 부상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9월 상장이 예상되는 타타 캐피탈의 약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 규모 IPO 등 대어급들이 예정되어 있어, 지난해 전체 조달액인 210억 달러(약 29조 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수닐 카이탄 인도 금융 대표는 "하반기에는 신규 상장 시장이 상반기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만 최대 200억 달러(약 28조 원)의 자금이 조달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금리 인하·세금 감면… 내수 자금이 시장 이끌어
인도중앙은행(RBI)의 통화 완화 정책과 탄탄한 내수 자금이 시장의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자 중앙은행은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리며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여기에 소득세 감면 혜택을 본 개인 투자자들이 가계 저축을 뮤추얼 펀드로 쏟아부으며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이 높은 자산가치를 이유로 올해 80억 달러(약 12조 원)를 순매도했지만, 국내 펀드로는 무려 420억 달러(약 58조 원) 넘는 자금이 유입되며 외국인 이탈 물량을 압도했다.

◇ 상장사 주가 호조에… 하반기 대어급 등판 '대기'

최근 상장한 기업들의 성공적인 주가 흐름도 시장 분위기에 활력을 더한다. 이달 초 15억 달러(약 2조 1000억 원) 규모의 IPO를 진행한 HDB 파이낸셜 서비스의 주가는 공모가보다 5% 올랐으며, 지난 2월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를 조달한 IT 서비스 기업 헥사웨어는 15% 가까이 상승했다. 약 12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 규모로 평가받는 합작법인 ICICI 프루덴셜 자산운용 역시 상장 계획을 발표하며 올해 세 번째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 이상 규모의 IPO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업체 머저마켓의 페리스 리 아태 주식자본시장 대표는 "HDB와 헥사웨어의 성공적인 데뷔는 상장을 준비 중인 수많은 인도 기업에 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며 "조만간 더 많은 중대형 IPO가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장의 관심은 하반기 줄줄이 등판을 기다리는 조(兆) 단위 '대어'들에게 쏠린다. 타타 캐피탈(약 20억 달러)을 필두로, LG전자 인도 법인(약 18억 달러), 주식 중개업체 그로우, 이커머스 기업 미쇼 등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인도의 대표 주가지수인 니프티 50은 연초 약세를 딛고 연중 7% 오르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그러나 리 대표는 "인도가 아직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하지 못했고 추가 관세 위협이 남아있는 등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면서 "강세장이 완전히 돌아왔다고 판단하려면 앞으로 나올 IPO들이 몇 차례 더 성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이어질 대형 IPO의 흥행 여부가 인도 증시의 추가 상승 동력을 결정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