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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中 '자원 무기화'에 'MP-펜타곤 동맹'으로 희토류 자립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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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中 '자원 무기화'에 'MP-펜타곤 동맹'으로 희토류 자립 선언

펜타곤, 4억 달러 지분투자에 가격하한 보장…JP모건 등 민간자본도 10억 달러 가세
中, 생산 94% 장악한 '철옹성'…기술·인력·원료 3중고 넘어야 '진정한 독립'
미국이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맞서 승부수를 던졌다. 미 국방부(펜타곤)는 희토류 생산업체 MP 머티리얼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중국이 94%를 장악한 희토류 공급망의 완전한 자립을 선언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맞서 승부수를 던졌다. 미 국방부(펜타곤)는 희토류 생산업체 MP 머티리얼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중국이 94%를 장악한 희토류 공급망의 완전한 자립을 선언했다. 사진=로이터
미국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 MP 머티리얼스가 미 국방부(펜타곤)의 4억 달러(약 5532억8000만 원) 지분 투자를 포함한 대규모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의 독점 지위에 도전장을 던졌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민간 자본까지 10억 달러(약 1조3832억 원) 넘게 가세한 이번 시도는 미국의 핵심 산업과 국가 안보의 명운이 걸린 베팅으로 평가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MP 머티리얼스의 기존 '인디펜던스 시설'에서는 2025년 말부터 연간 1000톤(t) 규모의 네오디뮴-철-붕소(NdFeB) 자석을 본격 생산하고, 2028년 가동할 신규 '10X 시설'에서는 생산 능력을 연간 1만 톤(t)까지 늘린다. 이는 미국 전체 수입량의 약 20~30%에 이르는 막대한 물량이다. 특히 미 국방부는 앞으로 10년간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제품에 대해 kg당 110달러(약 15만2152원)의 가격 하한선을 보장하며 가격 변동의 위험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제너럴 모터스(GM)는 이곳에서 생산된 자석을 공급받기로 장기 계약을 마쳤다.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이어진 민관 투자에 힘입어 미국 내 희토류 자석 산업 재건 움직임이 활발하다. MP 머티리얼스 외에도 여러 기업이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뛰어들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벌컨 엘리먼츠는 내년부터 군에 납품을 시작하며, 텍사스의 노비온은 일본 모터 대기업 니덱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 독일의 VAC 역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미 국방부 지원으로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미국은 3~5년 안에 자국 희토류 자석 수요의 30% 넘게 자체 생산으로 충당할 수 있을 전망이다. 워싱턴 D.C.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그레이슬린 바스카란 핵심광물 안보 프로그램 책임자는 "미국 내 영구자석 제조 시설이 생겨나면서 중국은 영향력을 잃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철옹성' 같은 中의 지배력…가격 덤핑·수출 통제에 '속수무책'


하지만 중국의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자석 생산의 94%, 정제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서방 기업들은 중국이 수출 규제, 기술 이전 금지는 물론 가격 덤핑으로 경쟁국의 진입을 막아왔다고 지적한다. 지난 4월 중국이 수출 절차를 까다롭게 바꾸자 포드의 SUV 공장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등 서방 산업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중국 없이는 고성능 자석을 구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국산 자석은 중국산보다 생산비가 최소 50% 이상 비싸, 기업들은 공급망 안보를 위해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미국 내 희토류 자석 공급망 변화.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내 희토류 자석 공급망 변화. 자료=글로벌이코노믹

◇ 파산 광산에서 시작된 '아메리칸 드림'


MP 머티리얼스의 여정은 그 자체로 미국 희토류 산업의 부활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잘 보여준다. 공동 창업자인 제임스 리틴스키와 마이클 로젠솔이 2015년 파산한 '마운틴 패스' 광산을 2017년 인수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광산은 직원 8명과 야생 당나귀만 뛰노는 폐허나 다름없었다. 결국 이들은 중국 '성허자원'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대가로 광석을 중국에 보내 금속화와 정제를 거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벌어들인 돈과 미 국방부의 보조금을 발판 삼아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광산에서 채굴 → 정제 → 금속화 → 텍사스 시설에서 자석 제조까지 이어지는 미국 내 완전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상업적 경험을 가진 인력이 대부분 60~70대에 머물고, 제조 장비 역시 중국산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딛고 이뤄낸 성과다. 최고급 자석 제조의 핵심 기술인 '입계확산법(GBD, 희토류 영구자석, 특히 Nd-Fe-B 자석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된 첨단 소재 가공 기술)'을 익히기 위해 '더 개러지'라 불리는 작은 연구소에서 수년간 비밀리에 연구를 거듭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과제는 여전하다. 마운틴 패스 광산이 경희토류 위주라, 고성능 자석에 필수적인 디스프로슘 등 중희토류 확보는 여전히 숙제다. 생산량을 늘리려면 중국 외 다른 곳에서 중희토류를 안정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또한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오히려 혁신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경쟁사 임원은 "정부가 승자와 패자를 고르는 셈"이라며 "한 회사에 너무 큰 베팅을 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MP 머티리얼스와 미 국방부의 협력은 미국 희토류 산업 부활의 분명한 신호탄이다. 국방, 자동차는 물론 신재생에너지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 위험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중희토류 확보와 고성능 자석 제조 기술의 완전한 습득, 인력 양성 등 구조적 과제를 해결해야만 진정한 자립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리틴스키 CEO는 "많은 성장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