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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美 재무부, 3분기 6290억 달러 단기국채 대량 발행…'유동성 대란'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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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부, 3분기 6290억 달러 단기국채 대량 발행…'유동성 대란' 경고음

현금 확충 위해 25% 급증 발행, 금융시장 '자금 경색' 현실화 우려
"부채한도 해결 후 현금 복원 박차…월가 '2019년 자금시장 대혼란 재현' 경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인장이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본사에 걸려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인장이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본사에 걸려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재무부가 올해 3분기에만 최대 6290억 달러(870조 원) 규모의 단기국채를 발행할 예정이어서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마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런스는 지난 14(현지시각) 미국 재무부의 대규모 단기국채 발행 계획과 이로 인한 금융시장 위험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04주물과 8주물 국채 경매에서 각각 250억 달러(345000억 원)씩 늘려 발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3일 경매보다 각각 25% 늘어난 규모다. 재무부는 의회의 부채한도 상향 조치를 기다리는 동안 바닥난 현금 완충 자금을 빠르게 채우려고 단기국채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재무부의 현금 잔고는 지난 33130억 달러(4328700억 원)까지 줄어들어 1년 전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의회가 부채한도를 5조 달러(6915조 원) 올리면서 재무부는 지난 8일 발표한 성명에서 현금 잔고를 7월 말까지 5000억 달러(6915000억 원), 9월 말까지 8500억 달러(11755000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 단기국채 발행 급증으로 유동성 마를 우려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3분기 단기국채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4100억 달러(567조 원), JP모건은 6290억 달러, 도이체방크는 5000억 달러의 단기국채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한 해 순발행액인 5110억 달러(7068000억 원)에 맞먹거나 이를 웃도는 규모다.

문제는 이 같은 대량 발행이 금융시장의 유동성 마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도이체방크의 스티븐 쳉 전략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역레포 제도에 현재 1820억 달러(2517400억 원)이 예치돼 있는데, 이 잔액이 500억 달러(691600억 원) 정도로 줄어들면 다음 수요가 어디서 나올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역레포 제도는 머니마켓펀드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여유자금을 연준에 맡기는 제도로, 현재 4.25%의 수익률을 준다. 재무부가 단기국채를 대량 발행하면 이 자금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역레포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걱정은 역레포 자금이 바닥난 후 연준에 맡겨진 33000억 달러(45645000억 원) 규모의 은행 지급준비금이 다음 수요처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2019년 은행 지급준비금이 급감했을 때 담보부 익일물 자금조달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자금조달시장에 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웰스파고의 안젤로 마놀라토스 거시경제 전략가는 "이미 월말과 분기말, 세금 내는 날에 레포시장 압박을 겪고 있다""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웰스파고는 올해 하반기에 7000억 달러(9682000억 원)의 단기국채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점진적 접근으로 시장 충격 줄이려 노력


이번 단기국채 발행은 과거 부채한도 사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무부의 현금 잔고가 5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고, 부채한도 상향 폭도 예상보다 컸다. ING의 미주지역 리서치 책임자인 패드릭 가비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필요 이상으로 하지 않으려고 매우 신중하다""시장에 공황상태는 없다"고 평가했다.

단기국채에 대한 수요도 튼튼한 상황이다. 올해 2분기 단기국채 상장지수펀드(ETF)에는 167억 달러(23조 원)이 들어왔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가 넘는 규모다. 4%를 웃도는 수익률이 주식이나 장기채권보다 매력 때문이다. 반대로 가장 인기 있는 주식펀드인 SPDR S&P500 펀드와 채권펀드인 아이셰어스 20년 이상 국채펀드에서는 2분기에 자금이 빠져나갔다.

도이체방크의 쳉 전략가는 "매우 편안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앞으로 몇 주간은 괜찮을 것으로 보이나, 9월경부터는 모든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