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ID 폐쇄로 1400만 명 추가사망 우려…중국, 아프리카·동남아서 원조 경쟁"

미국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내놓은 91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 후퇴가 중국의 세계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수개월에 걸친 직원들의 현지 조사와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진 샤힌 상원의원(민주당 최고위원)은 기자들과의 전화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전 세계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뒤로 빼기 시작한 지 며칠 만에 중국은 이미 미국을 믿을 수 없는 파트너로 몰아붙이고 있었다"며 "우리가 뒤로 물러서는 동안 그들은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 외교인력 3000명 줄이며 개발 원조 중단
트럼프 행정부는 국무부를 대폭 줄이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1350명 이상의 미국 기반 직원을 해고했으며, 이는 미국 기반 인력에 대한 총 3000명 감축의 일부다. 또한, 수십억 달러(수조 원)의 해외 원조를 줄여서 전 세계 미국의 인도주의 원조와 개발 원조 대부분을 지원하던 미국개발처(USAID)를 사실상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수천 명의 직원과 계약업체가 해고됐고 프로그램의 80% 이상이 줄어들었다.
의학 저널 랜싯(The Lancet)에 실린 연구를 보면 미국개발처 삭감과 해체 때문에 2030년까지 1400만 명 이상의 추가 사망자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개혁안이 외교 정책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의제에 맞추는 데 도움이 되며, 연방 관료주의를 줄이고 낭비하는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 중국, 아프리카·동남아·남미에 200만~90억 달러 지원
보고서는 미국이 백신 자금 지원부터 식량 제공, 인프라 개발까지 국제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줄이는 과정에서 중국이 끼어든 수십 건의 사례를 열거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미국이 식량 원조 프로그램을 끝내자 중국이 지난 3월 우간다에 쌀 200만 달러(약 27억6000만 원) 어치를 기부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이 잠비아에 대한 3700만 달러(약 511억 원)의 HIV/AIDS 보조금을 중단한 뒤, 중국이 50만 개의 신속 HIV/AIDS 키트를 기부하고 이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논의하려고 추가 회의를 계획한다고 발표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지도자들을 만나려고 순방에 나섰다고 보고서가 전했다. 이번 순방을 통해 베트남에서는 철도 연결 협정을, 캄보디아에서는 에너지, 교육, 인프라, 말레이시아 내 기술과 제조업 교류를 포함한 부문에서 37개 협력 협정을 맺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지난 5월 중국이 '중국-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포럼'을 열고 이 지역에 90억 달러(약 12조 4000억 원)의 신용 한도와 추가 인프라 투자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방송에서 보건 프로그램, 개발 노력까지 중국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고 위원회 연구원들이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해외 원조에 너무 많은 비용을 대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