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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 지커·네타, 보험 등록으로 허위 판매 실적 부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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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 지커·네타, 보험 등록으로 허위 판매 실적 부풀려



지난 3월 19일(현지시각) 중국 저장성츠시의 전기차 제조업체 지커 공장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지커 전용 충전소.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19일(현지시각) 중국 저장성츠시의 전기차 제조업체 지커 공장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지커 전용 충전소. 사진=로이터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네타와 지커가 실제 판매 이전에 보험 가입을 통해 실적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네타는 지난 2023년 1월부터 2024년 3월까지 6만4000대 이상을 이 방식으로 조기 판매 처리했으며 지커 역시 지방 국영 딜러를 통해 유사한 방식으로 판매 실적을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딜러 문서에 따르면 네타는 해당 기간 전체 판매량 11만7000대 중 절반이 넘는 6만4719대를 실구매 이전에 보험 가입을 통해 ‘선 판매’ 처리했다.

이 방식은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 ‘제로마일리지 중고차’로 불리며 과도한 실적 경쟁 속에 확산된 편법 판매다. 보험에 가입하면 차량 등록이 가능해지며 이를 근거로 제조사는 실질적인 판매가 이뤄지기 전이라도 회계상 실적을 올릴 수 있다.

지커는 지난해 말 푸젠성 샤먼시에서 국영 딜러사인 샤먼C&D자동차를 통해 동일한 수법을 사용했다. 당시 지커의 샤먼 지역 월평균 판매량은 200대 수준이었으나 12월에는 2737대로 급증했다. 그러나 같은 달 샤먼시 차량 등록 데이터는 271건에 그쳐 실구매와 실적 간 괴리가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이같은 수법이 업계 경쟁 왜곡과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며 규제 강화를 예고한 상태다. 중국자동차제조업협회 산하 매체는 20일 “등록 후 6개월 이내 재판매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제로마일리지 차량을 근절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증권일보는 지커를 실명 거론하며 해당 브랜드가 보험에 먼저 가입한 차량을 신차처럼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광저우, 충칭 등에서 지커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차량을 받았을 때 이미 보험이 등록된 상태였다”며 “보상도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의 실명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 네타 딜러는 로이터와 익명 인터뷰에서 “회사가 ‘다른 곳도 다 하는 방식이니 우리도 하자’며 조기 보험 가입을 강제했다”며 “현재도 판매되지 않은 차량 수십 대가 창고에 남아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보험 만료일이 예상보다 빠르니 유의하라는 말을 소비자에게 미리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도 밝혔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 소속 리옌웨이 애널리스트는 20일 중국 SNS 웨이보를 통해 “실적을 꾸미기 위한 이같은 행태는 장기적으로 기업 신뢰를 해친다”고 비판했다.

네타는 2022년 15만2000대를 판매하며 중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8위에 올랐으나 2023년에는 8만7948대로 급감했다. 올 1분기에는 1215대를 판매했으며 이 중 2만3399대는 수출용이었다. 모회사 저장허존신에너지자동차는 지난달 중국 법원에 파산 신청을 접수했다.

지커는 현재 모기업 지리자동차가 비상장사 전환을 추진 중이며 앞서 보도된 일부 차량은 보험에 먼저 가입된 뒤 북경·충칭 등 타 지역으로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는 “중국 최대 자동차 시장이 수년째 이어진 가격 전쟁과 공급 과잉으로 극심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업계가 자구책을 넘어 편법으로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와 국영 언론 모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