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인도와 중국에 최대 100%의 고율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고 로이터통신가 11일(이핳 현지시각) 보도했다.
◇ EU “무역 협정·법적 근거 고려해야”
EU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워싱턴DC를 방문한 EU 대표단은 미국 측과 러시아 제재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EU가 인도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100%의 고율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EU는 무역협정과 법적 절차상 제약을 들어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이미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비료·농산물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바 있으나 이는 EU 내부 산업 보호를 위한 제한적 조치였다. 소식통들은 “관세는 제재와 달리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개월간의 조사 절차가 필요하다”며 “주요 교역국에 즉각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트럼프 “중국·인도 겨냥한 극단적 관세 필요”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EU 고위급 회의에 직접 화상으로 참석해 인도와 중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 부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한 전쟁 자금줄을 끊기 어렵다”며 “모든 파트너가 함께 고율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EU와 보조를 맞출 준비가 돼 있다”며 EU가 동참하지 않으면 제재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인도에 대해서는 무역 협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모디 인도 총리와 가까운 시일 내 통화를 통해 양국 관계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 전문가들 “정치·경제적 파장 클 것”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단순히 대러 제재 차원을 넘어 미·EU 간 통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의 관계자는 “EU가 트럼프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대중·대인도 무역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특히 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단을 강화하려는 의도는 분명하지만 EU 입장에서는 국내 산업 보호와 외교적 균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EU는 특정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겨냥한 맞춤형 제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조만간 19번째 대러 제재 패키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제재에는 중앙아시아 은행과 중국 정유사 일부가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동맹국과 협력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제재 효과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인도와 중국에 대한 전면적 고율관세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 실제로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