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의 리사 쿡 이사를 해임하려 한 시도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쿡은 첫 흑인 여성 연준 이사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주택담보 사기 의혹에 맞서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CNBC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아 콥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연준 독립성의 공익적 가치를 고려할 때 쿡의 직무 복귀가 타당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명령을 효력 정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10일(이하 현지시각) 내렸다.
콥 판사는 “연준법상 ‘해임 사유’ 조항은 재직 중 직무 수행과 직접 관련된 행위에 국한된다”며 재직 전 서명한 부동산 서류를 근거로 한 해임은 법률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 사상 첫 연준 이사 해임 시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연방주택금융청(FHFA) 빌 풀트 국장이 제기한 의혹을 근거로 쿡을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쿡이 소유한 미시간, 애틀랜타, 매사추세츠 소재 부동산 서류 서명 과정에서 사기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법무부가 별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은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사유’를 들어 해임하려 한 사례로 최종 판단은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 연준 독립성 논란 확산
콥 판사는 “대통령이 단순히 정책적 불만을 이유로 이사를 교체할 수 없다”며 “그런 논리는 연준 독립성을 무력화하는 ‘부당한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쿡의 변호인 애비 로웰은 판결 직후 성명에서 “근거 없는 의혹으로 연준 이사를 불법 해임한다면 금융시스템 안정성과 법치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쿠쉬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고위 금융감독직에 있는 쿡을 합법적 사유에 따라 해임했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 연준 재편 구상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에 강한 압박을 가해왔다. 특히 금리 인하가 지연된 데 불만을 표시하며 파월 의장 해임까지 검토했으나 시장 혼란 우려로 보류한 바 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이사회를 재편해 다수 의석을 확보하려는 구상을 드러냈다. 쿡이 해임되면 트럼프 대통령 지명 인사가 후임으로 들어서면서 7명 이사진 중 공화당 성향이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연준은 오는 16일 정례회의를 열 예정이며 시장은 지난해 12월 이후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쿡은 회의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