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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ICE, 내부 문건서 "합법 비자 한국인에 '자발적 출국'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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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ICE, 내부 문건서 "합법 비자 한국인에 '자발적 출국' 강요"

"비자 위반 없다" 내부 기록에도…DHS "무단 취업 시인" 정반대 해명
美 변호인단 "명백한 불법 감금, 연방 범죄"…한미 동맹 균열 우려
2025년 9월 9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있는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이 보인다. 앞서 9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약 300명의 한국인 노동자가 불법 고용 혐의로 체포된 뒤 외국 기업들에 미국 법규 준수를 경고했다. 이번 체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국적인 반이민 단속 정책 가운데 단일 현장으로는 최대 규모로 9월 4일 미 당국의 급습으로 이루어졌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9월 9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있는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이 보인다. 앞서 9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약 300명의 한국인 노동자가 불법 고용 혐의로 체포된 뒤 외국 기업들에 미국 법규 준수를 경고했다. 이번 체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국적인 반이민 단속 정책 가운데 단일 현장으로는 최대 규모로 9월 4일 미 당국의 급습으로 이루어졌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공장 단속에서 합법 비자를 가진 한국인 노동자까지 불법 구금하고 '자발적 출국'을 강요했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이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ICE가 단속된 475명 전원이 비자 위반자라고 공식 발표한 것과 완전히 다른 내용이어서, 이번 사건은 단순 불법체류 단속을 넘어 미국 정부의 공권력 남용 문제로 번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이 10일(현지 시각) 단독 입수한 ICE 내부 보고서는, 지난 4일 단속에서 체포한 한국 SFA 소속 하청업체 직원이 2025년 6월 정식 입국한 합법 B1/B2 비자 소지자이며 비자 규정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보고서는 특히 "법 집행 데이터베이스 조회 결과 위반 사실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는 "애틀랜타 현장 사무소장이 해당 노동자를 '자발적 출국자'로 처리하도록 강제했다(mandated)"고 기록했다. 또한 "(그는) 비자 요건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자발적 출국을 수락했다"고 덧붙였다.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명백한 '불법 감금(unlawful imprisonment)'이라고 지적했다. 구금된 많은 한국인을 변호하는 찰스 컥 이민 전문 변호사는 "터무니없는 처사"라며 “구금할 법적 근거가 없는 사람을 강제로 내보내는 것은 연방 범죄에 해당한다. 이것은 실수가 아닌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ICE에 구금된 상태에서 강요받는 '자발적 출국' 동의는 비자 말소와 함께 길게는 10년간 미국 재입국이 금지되는 사실상의 강제 추방"이라고 설명했다.

"위반 없다" 내부 기록 vs "불법 시인" 공식 해명


드러난 내부 문건 내용은 ICE의 공식 설명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ICE는 단속 당시 체포한 475명 모두 불법으로 일했거나 비자를 어겼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ICE 내부 관계자는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합법 체류자) 체포는 불법"이라며 "여러 합법 체류자도 함께 구금해 '자진 출국'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통계 실적을 채우고 실수를 덮으려는 시도"라고 폭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안보부(DHS)는 가디언에 "해당 인물이 B1/B2 비자로 무단 취업을 시인했고, 자발적 출국을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내부 보고서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설명이다.

한·미 정상 합의 한 달 만의 '모욕적 처우'…동맹 균열 파장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이민 단속을 넘어 한미동맹 관계에도 균열을 내고 있다. 지난 8월 한·미 정상이 대규모 투자와 통상에 합의한 지 한 달도 안 돼 벌어진 사건이어서 한국 사회에서는 "동맹국에 대한 모욕적인 처우"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아시안 아메리칸 어드밴싱 저스티스-애틀랜타의 서맨사 해밀턴 변호사는 "이 노동자들은 거대한 국제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뿐인데, 국가 간 정치적 압박 속에서 가장 취약한 피해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 인권단체와 변호인단은 ICE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 기술 인력을 위한 별도 비자 신설 요구가 한·미 핵심 외교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