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5년부터 댐 6862개 건설, 질량 재분배로 북극점 113cm 이동
지하수 사용만으로 80cm 추가 이동…"인간 활동, 행성 규모 영향 입증"
지하수 사용만으로 80cm 추가 이동…"인간 활동, 행성 규모 영향 입증"

지구 자전축이 지표면과 만나는 지리적 극점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미세하게 움직인다. 이 현상을 '극 운동'이라 부르는데, 본래 지구 내부의 맨틀 대류나 외부의 태양과 달의 인력 같은 자연적인 요인이 원인이다. 유동적인 맨틀 위에 지각이 떠 있어, 지표면의 대규모 질량 이동은 자전축 위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진정 극이동(true polar wander)'이라고도 부른다. 댐에 물이 저장되면 바닷물이 육지로 이동하는 효과를 낳아 지구 전체의 무게 균형이 달라진다.
◇ 댐에 갇힌 물, 200년간 자전축 113cm 옮겼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최신 논문은 댐 저수가 극 이동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북미와 유럽에 댐 건설이 집중된 1835년부터 1954년까지 북극점은 동경 103도 방향으로 25cm 이동했다. 이후 동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댐 건설이 활발했던 1954년부터 2011년까지는 서경 117도 방향으로 57cm나 움직였다. 1835년부터 2011년까지 인간이 댐에 가둔 물 때문에 자전축 극점은 총 113cm가량 이동했으며, 이 중 104cm의 이동은 20세기에 일어났다.
◇ "지하수 고갈도 원인"…기후변화가 영향 증폭
댐뿐만이 아니다. 2023년 미국 지구물리학 연합(AGU) 학술지에 실린 국내 연구진(서기원 등)의 연구는 지하수 사용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연구에 따르면 인류가 퍼 올려 사용한 막대한 양의 지하수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1993년부터 2010년 사이 지구의 자전축은 동쪽으로 약 80cm 기울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당장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의 극은 몇 년에서 수십 년 단위로 자연히 수 미터 규모로 흔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성의 자전축이 인간 활동만으로 단기간에 1미터 이상 흔들렸다는 점은 인류가 지구 전체 시스템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하는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더불어 빙상의 융해나 지구 규모의 물 순환 변화 때문에 앞으로 이런 영향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이 분야의 연구는 지구라는 행성 규모에서 인간의 활동이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보여주는 중요한 성과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