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일본 전역에서 치러진 125명의 참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50석 확보에 실패했다. 비선거 의석수 75석을 포함한 과반수 의석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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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 방송 NHK는 이날 오후 8시 투표가 끝난 직후 요미우리신문, 니혼TV 등과 공동으로 벌인 출구 조사 결과를 이처럼 발표했다. NHK는 이번 선거의 투표 대상 의석 125석 중 집권 자민당이 27∼41석,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5∼12석을 각각 얻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50석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본 현지 언론은 여당이 과반 확보 실패로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보도하며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퇴진 가능성도 거론하고 나섰다.
참의원은 3년에 한 번씩 전체 인원인 248명의 절반씩을 뽑는다. 연립여당은 50석이 당선될 경우 비선거 의석 75석을 포함해 과반 확보가 가능했으나 50석에 못 미치는 낙제점을 받았다. 자민당은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중·참의원 모두 ‘여소야대’ 정국에 빠지게 됐다. 연립 여당이 참의원에서 ‘여소 야대’가 된 것은 2007년 이후 18년 만이다. 당시 참의원 1당을 야당인 민주당에 내준 아베 신조 1차 내각은 이후 조기 퇴진의 수모를 겪었다.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 내각이 이어졌지만 모두 단명에 그쳤고, 2009년 중의원 선거에 자민당이 대패하면서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2012년 이를 되찾았지만 이번 참의원 선거의 패배로 자민당 정권은 백척간두에 서게 됐다.
마이니치는 이론적으로 이시바 총리가 스스로 그만두지 않으면 정권 유지는 가능하지만, 당내에서 거세질 퇴진 압박을 버티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미국과 관세 협상 기한인 8월 1일을 앞두고 계속해서 협상에 임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당내에서 총리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반드시 확산할 것"이라고 해설했다.
일본에서는 여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총리가 퇴진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 1998년 당시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는 선거 이튿날 퇴진 의사를 표명했고, 2007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여당이 46석을 확보해 대패한 뒤에도 버티려 했으나 선거 두 달 뒤 물러났다. 마이니치는 이시바 총리가 퇴진하면 자민당 총재 선거를 치러야 하며, 그 시기는 이달 하순이나 일본 명절 이후인 내달 하순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차기 자민당 총재 후보로는 보수파인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행정 경험이 풍부한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이 벌써 거론되고 있다. 여당 입장에서 이시바 퇴진 시나리오의 관건은 야당 결집이다. 자민당이 새 총재를 뽑으면 국회에서 다시 총리 지명선거를 해야 한다. 야당들이 한데 뭉쳐 특정 야당 대표를 총리로 밀면 자민당과 공명당은 정권을 내줘야 한다. 마이니치가 예측한 마지막 시나리오는 정권 교체다. 이시바 총리가 퇴진할 경우 실시될 총리 지명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면 가능하다.
총리 지명선거는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치러지며, 1위 득표자가 다를 때는 중의원 결과에 따라 총리를 정한다.마이니치에 따르면 중의원 의석수는 465석이며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여당이 220석을 확보하고 있다. 이어 야당인 입헌민주당 148석, 일본유신회 38석, 국민민주당 27석, 레이와신센구미 9석, 공산당 8석 순이다. 야당에서 총리가 나온다면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가 유력하지만, 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이 노다 대표를 지원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마이니치는 입헌민주당이 정권 교체를 위해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에게 총리직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