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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빅만이 바꾼다”…핵추진 항모 샤를 드골함 첫 입항, 인도태평양 전략지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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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빅만이 바꾼다”…핵추진 항모 샤를 드골함 첫 입항, 인도태평양 전략지도 흔들다

프랑스 해군이 인정한 수빅만의 힘…아시아 군사 거점의 새 이름
샤를 드골 항공모함이 필리핀 수빅만에 처음으로 기항한다. 사진=프랑스 해군이미지 확대보기
샤를 드골 항공모함이 필리핀 수빅만에 처음으로 기항한다. 사진=프랑스 해군
프랑스 해군이 지난 20(현지시각)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항공모함 전단을 이끌고 필리핀 수빅만에 처음 들어왔다. 프랑스 해군 지휘관들은 이번 방문에서 수빅만은 아시아에서 항공모함 작전을 지원하기에 가장 알맞은 곳이라고 직접 평가했다고 네이벌 뉴스(Naval News) 등 해외 매체들이 상세히 전해졌다. 샤를드골함은 길이 261.5m, 너비 64.46m, 배수량 4만t의 중형 핵추진 항공모함으로 라팔 등 함재기 40대를 탑재한다.

◇ 냉전 후 30여 년 만에 돌아온 항공모함…수빅만, 깊이와 정비시설 모두 갖춰


샤를 드골함 전단이 현지에 도착한 건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순항 작전인 클레망소 25(CLEMENCEAU 25)’의 일환이었다. 이번 작전에서 프랑스 해군은 오키나와, 호주 다윈, 인도네시아 롬복, 필리핀 수빅만을 차례로 방문했다. 네 곳 가운데 프랑스 해군 지휘관들은 수빅만을 가장 완벽하게 항공모함 작전을 지원할 수 있는 곳으로 꼽았다.

수빅만은 냉전기 미 해군 태평양 최전선 기지로, 넓이만 해도 싱가포르 본토만큼 넓다. 94년간 항만을 운영한 미군이 1992년 철수한 뒤 한동안 민간기업과 필리핀 해군, 수빅만관리청 소유로 전환되며 주로 상업용으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과 남중국해 갈등, 미국과 필리핀의 군사협력 확대, 인근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등으로 다시 해군 거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필리핀 루손섬 서쪽 연안에 있는 수빅만은 중국이 전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스카버러 암초(Scarborough Shoal)와 인접해 있고 해군 함정 운영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중국 견제에도 유리하다. 더욱이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만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특히 F-16 전투기로 약 30분간의 거리에 있는 전략상 요충지다.

필리핀 수빅만 전경. 사진=유라시안타임스이미지 확대보기
필리핀 수빅만 전경. 사진=유라시안타임스


수빅만에는 미국 해군도 인정한 선박 수리 조선소와 상선·군함 정비시설, 대형 드라이독이 있다. 이 가운데 수빅베이 드라이독(Ship Repair Agreement)’은 미 해군 표준을 충족하는 시설로 인증돼 있다.

프랑스 해군 사령관은 이번 기항에서 수빅만은 항공모함 운영에 필요한 깊은 바다와 산업 기반, 정비 기반을 두루 갖췄다고 말했다.

◇ 프랑스-필리핀 군사협력 가속…잠수함·정찰함도 판매 제안


프랑스 해군과 필리핀 해군의 교류는 2023년 국방협력 약속 이후 급격히 늘었다. 최근 프랑스는 필리핀에 함정, 레이다, 잠수함, 해경 경비정 등 다양한 첨단 무기를 판매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샤를 드골함 전단 역시 이번 수빅만 기항 이전 필리핀 해군 함정과 남중국해에서 첫 합동순찰을 벌였다.

프랑스 해군 지휘관은 수빅만은 자유로운 항행과 국제규범 수호라는 원칙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자국령이 많은 인도태평양에서 해상 전략기지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프랑스 해군은 여러 항구를 비교해 본 결과, 수빅만은 항공모함과 대형 군수지원함 모두 쉽게 머물 수 있을 만큼 가장 좋은 인프라와 깊이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최근 수빅만이 갖춘 대형 조선·정비 시설이 유럽 각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우방국 해군의 동남아 기지로 연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샤를 드골함을 포함한 프랑스 해군의 수빅만 첫 방문은 유럽과 필리핀의 안보 협력이 본격 확대되는 신호탄이자, 인도태평양에서 군사, 해양 거점 경쟁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수빅만의 역할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전략에서 더 크게 주목받을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