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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아시아 '정책 불확실성' 속 변화된 비즈니스 규칙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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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아시아 '정책 불확실성' 속 변화된 비즈니스 규칙에 '촉각'

관세·경제 민족주의 확산… 예측 불허 정책 환경 속 '대정부 업무' 역할 급부상
자국 우선주의 강화, 규제 통한 영향력 확대… 기업들, '생존' 위한 전략 재정비 '분주'
싱가포르 중앙 비즈니스 지구의 스카이라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싱가포르 중앙 비즈니스 지구의 스카이라인. 사진=로이터
아시아의 비즈니스 환경이 관세 장벽, 정치적 재편, 경제적 민족주의의 새로운 물결 속에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예측 불허한 정책 불확실성이 더 이상 관리해야 할 위험이 아닌 '전략적 현실'이 되었다는 새로운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미·중 무역 긴장을 비롯한 최근의 관세 인상이 공급망 혼란, 국경 간 투자 위축, 사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며 비즈니스 환경을 실시간으로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아시아 정부들이 민간 부문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의 변화가 근본적인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아시아 고위 정부 업무 리더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익숙해져 있던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은 사라졌으며, 이제는 파편화되고 불안정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각국의 국내 정치 상황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례를 따라 각국 정부는 무역 정책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데 더욱 익숙해졌다.
아시아에서는 행정부가 자국 챔피언을 선호하고, 디지털 주권 규칙을 시행하며, 노동권, AI 거버넌스, 지속 가능성 표준에 이르기까지 사회 및 경제 정책의 지렛대로 규제를 공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때 친숙했던 비즈니스 환경이 급격히 재편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안정적인 기반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확실성의 분위기 속에서도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예상치 못한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아시아 정부들이 미국 무역 협상가들에게 유연성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시장 접근을 가로막던 오랜 장벽이 완화되거나 새로운 규제 도입이 둔화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잘 준비된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대정부 업무(Government Affairs) 팀의 역할이 있다. 이들은 이제 기업의 정책 위험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대정부 업무 팀은 지역 정책 입안자들에게 기업의 현지 기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국내 정치적 단서에 귀를 기울이며, 규칙이 자주 불문율이 되는 세상에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만들어야 한다.

아시아에서 산업 정책의 증가 추세, 라이선스 및 과세의 정치화, 디지털 규제의 가속화로 인해 시장 접근은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제 정부 이해관계자와의 성공적인 협력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

기업은 경쟁업체가 자체적인 가치를 창출할 것이기 때문에, 자사의 가치에 대해 근거 있고 지역적으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연구는 경제학이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정책 입안자들이 다국적 기업이 어떻게 현지 일자리를 지원하고, 혁신과 성장을 주도하며, 국가 우선순위에 기여하는지 파악하고자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정부 관계자와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주장, 지리적 특수성 반영, 그리고 감정적인 이해를 동반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미국 기업들은 현재 두 가지 측면에서 전례 없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 자국 일자리에 대한 헌신을 요구하는 백악관의 요구에 응답해야 하는 동시에, 아시아 정부에 자국의 경제적 영향을 설득해야 한다.

특히 적대적인 미국 무역 정책의 수혜자가 되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다. 공급망, 확장 계획, 심지어 외부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이 내리는 모든 결정은 이제 고조된 정치적 무게와 위험을 수반한다.

이 새로운 시대를 위한 명확한 '플레이북'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관행들은 매일 뒤집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부 참여를 나중에 고려하는 기업은 취약성에 노출될 것이라는 점이다.

가장 탄력적인 기업은 정책 불확실성을 관리해야 할 위험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전략적 현실로 인식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