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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압박에 유럽 되레 뭉친다…EU 신뢰도 20년 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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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압박에 유럽 되레 뭉친다…EU 신뢰도 20년 만에 최고

지난 2020년 1월 2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0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0년 1월 2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0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대외 압박이 오히려 유럽연합(EU)의 내부 결속을 강화시키는 역설적 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위협과 방위비 분담 압박, 유럽을 향한 거친 언사 등이 유럽 각국의 결속을 자극하며 EU의 대외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21일(현지시각) 분석했다.

◇ “EU에 대한 신뢰, 덴마크에서 사상 최고”


NYT에 따르면 최근 유럽 각국에서는 EU에 대한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덴마크 국민의 74%가 EU를 신뢰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5년 전 63%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마리 비에레 덴마크 유럽사무장관은 NYT와 인터뷰에서 “EU에 대한 지지는 지금까지 중 가장 높다”며 “이제는 미국으로부터 ‘좋은 동맹이 아니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이런 일이 EU 지지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NYT는 이러한 추세가 덴마크만의 현상이 아니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대응을 위해 백신 공동 구매에 나서며 위기 대처 역량을 보여준 EU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공조의 필요성까지 부각되면서 전반적인 이미지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 트럼프 “유럽은 미국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이 유럽의 결속을 유도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그는 올해 1월 재집권한 이후 그린란드에 대한 침공 가능성을 시사하고 유럽 국가들을 ‘한심하다’고 비하했으며 “EU는 미국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이달에는 유럽산 제품 전반에 3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유럽 각국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EU는 공동 국방 조달 계획을 발표하며 회원국들이 브뤼셀 보증을 통해 국방 예산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교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욘 플렉 국장은 “결국 유럽은 국가 하나하나로 보면 전부 작다. 함께 뭉쳐야만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EU “더이상 미국만 의존할 수 없어”


EU 회원국 간 협력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독일에서는 지난 5월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총리로 취임한 이후 프랑스와의 밀착 협력이 강화되고 있으며 EU에서 탈퇴한 영국도 최근 EU의 공동 국방 조달 프로그램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이탈리아 총리인 조르자 멜로니는 극우 성향과 반EU적 발언으로 주목받았지만, 지난 4월 백악관 방문 당시 ‘이탈리아 우선’ 전략을 자제하며 EU 중심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대해 “유럽은 공정한 합의를 이끌어낼 경제적·재정적 힘이 있다. 이탈리아도 그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소셜미디어에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등과의 무역 협정을 추진하며 EU의 외교적 입지를 넓히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주 브뤼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동남아, 특히 인도네시아는 유럽을 글로벌 안정의 핵심 축으로 본다”며 “우리는 더 강한 유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행보가 오히려 EU의 내부 결속과 외부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30% 관세 협상 시한인 8월 1일 전까지 유럽이 얼마나 단합된 대응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