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 도중 스타링크 위성통신망을 실제로 차단하라고 직접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머스크가 불과 넉 달 전 “절대 단말기를 끄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공개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거짓 해명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시각) 낸 특집기사에서 머스크가 지난 2022년 9월 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점령지 수복을 시도하던 남부 헤르손 지역 등에서 스타링크 통신망을 끊으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이 명령은 스페이스X 본사의 한 고위 엔지니어에게 하달됐고 실제로 100개 이상의 단말기가 비활성화되면서 해당 지역 전장이 지도상에서 암전됐다는 증언이 복수로 확인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 “통신 두절에 포위작전 실패”…전선 붕괴 직전까지 갔다
로이터에 따르면 당시 스타링크 차단은 우크라이나군의 베리슬라프 포위작전에도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드론 감시와 장거리 포병 타격이 모두 멈췄고 통신망이 끊긴 최전방 병력은 현장 대응이 불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한 우크라이나군 고위 관계자는 “포위망이 완전히 무너졌다. 작전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번 보도는 머스크가 전쟁 중 전장의 구조 자체를 개인 판단으로 바꾼 첫 사례”라며 “이는 스타링크가 단순한 통신망을 넘어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이 되었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 머스크는 “절대 안 껐다” 주장…거짓 해명 의혹 커져
문제는 이는 머스크 본인의 해명과 상반된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3월 9일 X에 올린 글에서 “나는 스타링크 단말기를 절대 끄지 않을 것이며 그런 일을 협상 카드로 쓰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스타링크는 유지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로이터가 보도한 복수의 내부 증언과 당시 전선의 통신 중단 정황은 머스크의 이같은 해명이 사실상 거짓이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부 장관은 “연간 5000만 달러(약 724억 원)의 우크라이나 스타링크 이용료는 폴란드가 지불하고 있다”며 “침략 피해자를 상대로 위협하는 행위는 윤리적 문제를 떠나 공급 신뢰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 “국가 수준의 통제권”…머스크가 쥔 전쟁 인프라
스타링크는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전선에서 사용하는 핵심 통신 인프라이며 드론 조종, 실시간 영상 공유, 포병 좌표 지정 등에도 폭넓게 활용된다.
우크라이나에는 현재 약 5만개의 스타링크 단말기가 있으며 폴란드와 미국이 상당수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중반 스페이스X와 5억3700만 달러(약 778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마사 레인 폭스 영국 상원의원은 “스타링크 통제권이 머스크에게만 집중돼 있다”며 “이는 규제되지 않은 권력이 세계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머스크는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군의 중추이며 내가 꺼버리면 전선 전체가 붕괴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보도는 이 발언이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한 민간인의 결정이 전쟁의 흐름을 좌우한 구체적 사례였음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