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방패를, 대가는 유럽이 부담”
탄약값만 1조, 미래는 물음표...‘누구의 전쟁, 누구의 돈인가’
탄약값만 1조, 미래는 물음표...‘누구의 전쟁, 누구의 돈인가’

이번 조치는 최근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이 비용을 부담하면 미국산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다”는 원칙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6일(현지시각) 독일·노르웨이 등 유럽 정상들이 대규모 현금 투입에 나서고, 새로운 방식으로 연대에 나선 분위기를 보도했다.
◇ “유럽이 돈 내라”에 달라진 풍경
독일 정부는 올해 헌법을 바꿔 군사비 증액을 허용했다. 이 덕에 독일은 우선 패트리어트 미사일 체계 2대를 먼저 지원하기로 했고, 추가 분담도 인접국들과 협의 중이다. 긴축을 풀어 앞으로 10년 동안 방위와 인프라에 최대 1조 달러(약 1384조5000억 원)까지 쓸 수 있게 했다. 노르웨이 역시 국가의 석유 국부펀드를 적극 활용해 올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78억 달러(약 10조7900억 원)로 늘렸고, 패트리어트 구매에도 일부 비용을 보탠다. 마크 뤼테 나토 사무총장은 독일·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등이 미국산 무기 공동구매 의향을 나타냈다고 알렸다.
패트리어트 미사일 체계 한 대 값은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 이상, 미사일 한 발은 400만 달러(약 5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국가는 기존 재고를 빼내거나, 미국에 새로 주문해 교체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분담을 모색하고 있다.
◇ 돈만이 아닌, 국방과 현실의 교차점
유럽은 최근 경기 침체, 물가 급등, 높은 국가 부채 등 쉽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 “나라별 여건에 따라 무기 조달 능력에 차이가 크고, 보충·배송 속도도 고민거리”라는 금융권 해석도 있다. 실제로 미국·독일 등은 기존 재고를 내놓을 때 자국 방위 공백 위험이나 신규 생산 지연 가능성까지 꼼꼼히 따진다. 또 무기 직접 구매에 EU 예산을 쓰려면 만장일치가 필요하고 조약상 제약도 많아, 일단 나토를 중심으로 각자 예산을 따로 마련해 분담하는 방식이 추진된다.
키이우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공체계 10대를 요청했지만 3개만 약속받았다”고 털어놨다. 미국과 유럽은 군수 협상에 한창이며, 나토 사령관·각국 국방장관들도 분담 방식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 외교대표는 “유럽이 무기값을 지불하는 현실에서는 미국이 무기를 지원한다고 부르기 어렵다. 앞으로 우크라이나로 넘어가는 자금은 더욱 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구조는 미국이 ‘유럽이 내라’고 요구한 뒤 실제로 각국이 부담하는 그림”이라는 현지 평가도 나온다. 매튜 휘태커 미국 나토 대표는 “미국도 국방산업 재고와 공급 일정을 조정해, 우크라이나 방어를 최우선에 두겠다”고 밝혔다.
◇ 분담, 조달 방식 아직 ‘진행중’
이처럼 미국이 무기를 팔고 유럽이 자금을 대는 구조는 더욱 분명해졌고, 국가별 무기 공동 구매, 재고 교체, 재정 협력 등 다양한 해법이 검토 중이지만 재정 부담, 국민 설득, 자국 방위 공백 우려 등 난관도 산적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유럽 지원을 끊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적잖았으나 이번 방식은 오히려 바이든 시대의 일시 중단보다 더 극적인 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유럽 각국은 2020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방비를 급증시켜 2024년 GDP 대비 1.8%에서 2027년 2.4%까지 올릴 전망이며, 연간 약 800억 유로(약 939억 달러, 130조 원)씩 증액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