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여섯 번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에 돌입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 통제를 일부 완화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28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이번 협상은 올해 들어 세 번째 공식 회담으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가 미국 측 수석대표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중국 측 대표로 참석했다. 협상은 28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며 쟁점은 관세 유예 연장과 희토류, 틱톡, 첨단 기술 수출 통제 완화 등이다.
◇ 8월 12일 고율관세 시한 앞두고 90일 유예 연장 전망
로이터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기존 관세 유예를 90일 추가 연장하기로 중국과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은 유예 기간 동안 새로운 관세 부과나 추가 무역 보복 조치를 자제하기로 했다.
◇ 트럼프, 대중 기술수출 규제 완화 지시…엔비디아도 판매 재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분위기 조성을 위해 기술 수출 규제 완화라는 선제 조치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최근 수개월간 중국을 대상으로 수출 규제를 강화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세계 1위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중단됐던 GPU ‘H20’의 중국 판매를 재개하기로 한 점이 꼽힌다. 이 제품은 지난 4월 미국 정부의 수출 금지 조치로 판매가 중단됐던 AI용 그래픽처리장치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희토류 및 자석 관련 협상의 일환”이라며, 수출통제 완화가 단순 상업적 결정이 아닌 전략적 접근임을 시사했다.
◇ 전직 안보관료 20명 “AI 기술 유출 우려”…집단 반발
다만 이러한 조치에 대한 미국 내부 반발도 거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매트 포팅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 전직 고위 관리와 안보 전문가 20명은 러트닉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조치는 미국의 AI 기술 우위를 위협하는 전략적 실책”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과 상무부는 이 서한에 대한 논평을 거절했다.
◇ 틱톡·희토류·출국금지 조치 등 민감 현안 비공식 논의
이번 협상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면허제, 미국인 출국 제한 조치, 틱톡 소유권 문제도 비공식 의제로 거론됐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허가 절차가 과도하며, 미국 기업에 민감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러트닉 장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틱톡 소유권을 미국 기업에 이전하는 방안을 중국에 제안했으며,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 美·中 정상회담, 10월 한국 APEC 계기 성사될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선호하며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 성사를 추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 고문 마이클 필스버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매 정상회담에서 2시간 이상 준비된 의제로 협상에 임해왔다”며 “대면 협상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 트럼프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일본과는 합의를 마쳤고 중국과도 거의 다 왔다”고 발언하며 협상 타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NYT는 “이번 협상은 위기 없이 이뤄지는 첫 협상이라는 점에서 양국 관계 복원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