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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사이펨, 영국 항소심서 승소…페트로팩 구조조정안 '불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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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사이펨, 영국 항소심서 승소…페트로팩 구조조정안 '불공정'

신규 투자자 독식 지적한 법원, '공정한 가치 배분' 원칙 강조
영국 기업회생절차의 중요 선례…시장 관행에 경종 울려
영국 항소 법원의 '불공정' 판결로 페트로팩의 재무 구조조정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페트로팩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항소 법원의 '불공정' 판결로 페트로팩의 재무 구조조정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페트로팩
영국 대형 플랜트 시공사 페트로팩의 회생 계획이 법원 결정으로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 영국 항소 법원은 30일(현지시각), 채권자인 삼성 E&A와 이탈리아 사이펨의 주장을 받아들여 페트로팩의 재무 구조조정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판결로 페트로팩이 추진하던 3억 5500만 달러(약 4933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 길도 불투명해졌다. 페트로팩은 최근 몇 년간 프로젝트 비용 미지급, 부채 상환 압박, 유동성 악화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어왔다.

◇ 법원 "신규 투자자 독식 구조, 명백히 불공정"

이달 초 영국 항소 법원은 페트로팩의 구조조정 계획이 채권자인 삼성 E&A와 사이펨에 '불공정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계획안이 승인된다면 3억 5500만 달러(약 4933억 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할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혜택과 견주어 두 채권사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신규 투자자들이 구조조정 후 기업 가치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266.8%에 이르는 과도한 수익을 얻는 반면, 공동사업 파트너인 삼성·사이펨 등은 채권액에 턱없이 못 미치는 돈만 돌려받는 '가치 배분의 심각한 불균형'을 판결의 핵심 이유로 꼽았다.

앞서 지난 5월 잉글랜드 웨일스 고등법원은 "페트로팩이 파산하는 최악의 상황과 비교해도 불리하지 않다"는 'No Worse Off' 원칙을 들어 회생 계획안을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채권자였던 삼성 E&A와 사이펨은 신규 자금 투입자가 얻는 부당이득과 기존 채권자의 권익을 빼앗는 구조라며 바로 항소했다.
◇ 페트로팩 '시계 제로'…구조조정 시장 새 기준 서다

항소 법원에서 극적인 승소를 거둔 삼성 E&A와 사이펨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권리를 더 확보하고자 대형 로펌과 회계법인에 자문을 구하는 등 앞으로의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에 따라 업계의 관심은 양사의 다음 행보와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페트로팩의 앞날에 쏠리고 있다. 페트로팩은 당장 신규 자금 조달 길이 막히면서 유동성 위기가 깊어졌으며, 법원이 요구하는 '공정한 배분'과 '시장 기준 검증'에 맞는 새로운 구조조정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만약 재협상에 실패하면, 법정관리나 파산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커졌다.

이번 판결은 영국 법원이 구조조정안의 '공정성' 기준을 자세히 제시하며 신규 투자자를 우대하고 기존 채권자를 소외시키던 관행에 제동을 건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 때 적은 돈으로만 변제하고 채권자 동의를 얻으려던 관행은 더는 통하지 않으며, 투자 조건이 시장 기준에 맞는지를 누구나 수긍할 만한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를 시장에 던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