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기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미군과 정보기관의 전략 자산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자 중국이 이에 맞서 군사적 대응책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은 중국 정부와 군 소속 과학자들이 수십 건의 논문을 통해 스타링크의 무력화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은밀한 잠수함에 장착한 레이저 무기, 공급망 교란, 이온엔진 위성 공격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 스타링크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에 촉각 곤두세운 중국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스타링크는 2019년부터 위성 발사를 시작해 현재 8000기 이상을 운용 중이며 세계 140개국 이상에서 초고속 위성 인터넷을 제공하고 있다.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지구 궤도 위성의 약 3분의 2가 스타링크 소속이다.
그러나 중국은 스타링크가 자국 상공을 지나며 베이징, 타이완, 극지방 등 주요 지역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 국방대학 연구진은 2023년 논문에서 “스타링크의 전 세계 커버리지 능력이 꾸준히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스타링크, 우크라 전쟁서 게임 체인저”…중국, 물리적 대응도 검토
스타링크의 군사 활용 우려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계기로 현실로 나타났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를 이용해 드론 운용과 전장 통신망을 유지했으며 이는 실질적 전황 우위를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머스크 개인이 위성 사용권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위험한 집중’이라는 비판을 낳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크림반도 반격을 위한 위성통신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이같은 사례는 중국의 대응 논리를 뒷받침하는 요소가 됐다.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공학자들은 2023년 논문에서 스타링크 위성을 따라다니며 전파 수집을 하거나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에 손상을 주는 위성을 따로 배치하자고 제안했다.
중국 산업제어시스템 비상대응팀(CICS-CERT)은 스타링크의 복잡한 공급망을 공격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스타링크는 140개 이상의 1차 공급업체와 다수의 2차, 3차 업체로 구성돼 있으며 사이버 보안 감독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 글로벌 독점 우려…유럽도 자체 위성 개발 나서
스타링크가 전 세계 통신 인프라를 사실상 독점하면서 중국 외에도 유럽과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수천억원을 투입해 자체 위성통신망 ‘IRIS2’를 구축 중이지만 속도는 스타링크에 한참 뒤처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크리스토프 그뤼들러 유럽의회 의원은 “미국과 동맹이지만 전략적 자율성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며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되는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역시 2021년 국영 위성통신회사 차이나샛넷(SatNet)을 설립하고 군사용 메가위성망 ‘궈왕(國網)’을 준비 중이다. AP에 따르면 이 회사는 1만3000기 위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 60기를 발사했다. 상하이시가 후원하는 첨단기업 첸판도 90기 위성을 이미 발사했고 브라질·파키스탄·말레이시아 등과 협력 중이다.
◇ “중국도 스타링크 닮기 원해”…사이버·외교·우주전 전방위 전략 구상
중국은 스타링크를 위협으로 규정하면서도 동시에 그 기술력과 운영 방식을 연구하며 자국 위성망 개발에 반영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중국 과학자들은 감시용 소형 광학 망원경, 가짜 신호 생성, 고출력 레이저 요격 등 적극적 대응책을 논문에서 다수 제시했으며, 일부는 외교적 규범을 활용해 머스크의 영향력을 견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인도 공공정책 연구소 탁샤실라 인스티튜션의 니틴 파이 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에 경고 신호였다”며 “중국 기업이 공산당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처럼, 미국 기업 역시 정치적 영향력과 기술 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