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 경쟁 불붙자…정부 지원 속 '뭉칫돈' 투입 가속
주가 급등 속 '제2 닷컴 버블' 우려…경제 안보 위험도 부상
주가 급등 속 '제2 닷컴 버블' 우려…경제 안보 위험도 부상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메타 등 미국 4대 기술기업의 2분기 설비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급증한 950억 달러(약 132조 215억 원)로 집계됐다. 애플은 설비 투자액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마찬가지로 AI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이들 기업의 2025년 추정 합계 투자액이 3400억~3600억 달러(약 472조 4980억~500조 2920억 원)를 웃돌 전망이다.
이들 4개사가 한 분기에 쓴 금액은 일본의 한 해 공공사업비 총액의 2배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이 기업들은 인력 구조조정으로 경영 효율화를 꾀하는 한편, 광고와 클라우드 사업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AI 기반시설 구축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투자금 대부분은 데이터센터 건설과 확장, AI 반도체(GPU) 대량 확보, 생성형 AI 서비스 기반 마련, 자체 AI 모델 개발에 집중 투입된다.
◇ 정부는 밀고 기업은 달린다…AI 패권 향한 '쩐의 전쟁'
AI 열풍에 금융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엔비디아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꿈의 시가총액'으로 불리는 4조 달러(약 5558조 원)의 문을 열었다.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위부터 6위까지 모두 미국 기술기업이 차지했으며, 이들의 시가총액 합계(약 18조 달러)는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배를 넘어선다. S&P500 지수에서 기술 부문 비중은 30%를 넘어서며 IT 버블이 절정에 달했을 때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 '제2 닷컴 버블' 경고음…수익 모델은 '아직'
다만 지금 미국 S&P500 기술 부문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30배로, 50배를 웃돌았던 2000년과 비교하면 과열 양상이 당시만큼 심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 투자회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경제분석가는 "AI 버블이 닷컴 버블 당시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의 상황은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가 '정보 초고속도로 구상'을 통해 IT 기반시설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때와 여러모로 닮았다. 당시 정책은 미국 기업이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는 기반이 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IT 버블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투자 계획의 실현 가능성과 수익 회수 방안 또한 아직 뚜렷하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프트뱅크 그룹과 오픈AI가 추진하는 70조 엔 규모의 AI 기반시설 사업 '스타게이트'가 발표 6개월이 지나도록 계약에 어려움을 겪어 연내 목표를 낮췄다고 보도했다. 기술 분야 자문가인 제프리 펑크는 "IT 버블 때는 인터넷 접속료라는 뚜렷한 수익 모델이 있었지만, 지금은 AI로 얻는 수익과 실제 투자액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다수의 AI 기업이 아직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했으며, AI 수익화가 늦어지는 문제 또한 위험 요인으로 지적된다.
거대 기술기업들의 공격적 투자는 AI 시장의 새로운 과점 체제를 예고한다. AI 분야가 빠르게 커짐에 따라 시장 집중과 독점, 반도체·클라우드 같은 미국 기술 의존도 심화에 따른 경제 안보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유럽, 일본 등이 AI 국가 전략을 세우고 자체 기반시설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만, 지금은 미국 대기업의 독점 구조가 뚜렷하다. 이처럼 AI에 특화된 설비 투자 경쟁은 미국 대기업의 경영 전략과 정부 지원이 맞물린 결과로,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과 앞으로의 위험 또한 세계 주요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