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미사일 위협이 확대되는 가운데 일본의 기술 도약은 한국 안보 지형에 중대한 변곡점을 만든다
이미지 확대보기이 글은 2025년 12월 초 미국의 기술 전문 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Interesting Engineering)이 보도한 일본 해상자위대의 고출력 레이저 무기 해상 시험 소식을 토대로, 동북아 안보와 한국 방공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그 의미를 분석한 것이다.
레이저 무기가 뒤집으려는 것은 전장의 경제학이다
일본 방위성 산하 방위장비청은 섬유 레이저 여러 기를 묶어 100kw급 고에너지 레이저를 만들어, 해상자위대 시험함에 탑재하고 실제 바다 위에서 드론과 박격포탄 요격 능력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레이저 무기의 본질은 단순하다. 날아오는 표적에 고에너지 광선을 집중해 외피를 태우고 전자 장비를 무력화하며 구조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탄두는 필요 없고, 발사관도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전력과 냉각과 정밀한 빔 제어뿐이다.
공격자는 값싼 드론으로, 방어자는 값싼 레이저로 맞서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일본이 노리는 전장의 재설계다. 지금까지 방어자는 소형 드론 하나를 떨어뜨리기 위해 고가의 지대공 미사일을 쏘아야 했다. 포화 공격이 들어오면 방어측 탄약이 먼저 바닥나는 구조였다. 그런데 레이저 무기는 발당 비용을 전기요금 수준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일정 수준의 출력과 냉각이 확보되면, 탄약 고갈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해진다.
레이저 무기 자체의 한계도 분명하다. 기상 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고, 사거리가 짧으며, 표적에 일정 시간 이상 빔을 머물게 해야 한다. 그렇지만 전장이 드론과 레이저의 결합으로 재편되기 시작하면, 기존 방공 체계는 어차피 구조적 수정을 피할 수 없다. 일본은 이 변화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도적으로 시험대를 깔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 방공 체계의 질적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일본의 행보는 동북아 안보 환경에서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다른 하나는 한국과의 격차다. 한국도 지상형 레이저 대공 무기 연구를 진행해 왔지만, 100kw급 레이저를 대형 함정에 올려 해상에서 시험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일본이 먼저 실험과 운용 경험을 축적하면, 미일 연합 방공 체계는 기술과 노하우에서 한 세대 앞서 나가게 된다.
일본은 이미 ‘레이저가 깔린 바다’를 상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아직 ‘미사일만 날아다니던 바다’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선택 – 뒤늦은 추격이 아니라 공동 설계자로 나서야
19세기 프러시아 군사 전략가 클라우제비츠가 저서 '전쟁론(On War)'에서 말했듯이, 전쟁은 또 다른 수단을 통한 정치의 연장이다. 방공 기술의 선택 역시 단순히 군사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경제·산업 전략의 선택이다. 한국은 여기서 다음의 세 가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 해군의 차세대 함정 설계를 레이저 무기와 전자전, 기존 미사일 방어를 통합한 플랫폼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세계적 수준의 조선 능력과 전력·ICT(정보통신기술) 기술을 결합하면, 단순한 추격자를 넘어 한·미·일이 함께 쓸 수 있는 표준 플랫폼 설계자로 나설 수 있다.
둘째, 한·미·일 안보 협력 속에서 레이저·전자전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표준화하는 구상을 모색해야 한다. 단순히 일본의 성과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 조선·방산 산업이 레이저 방어 체계를 포함한 통합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이 기술의 민군 겸용 가능성을 정치적으로도 설계해야 한다. 해상·항만·원전·정유 시설 방호 등 국내 인프라 보호에 레이저 방공을 활용한다면, 국민에게 체감되는 안보 혜택과 산업적 성과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
일본의 레이저 무장 실험은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이 이 변화를 그저 ‘해외 군사 뉴스’로 소비하는 나라가 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전장의 설계자로 자리 잡을 것인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