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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에 맞서 '해양 패권' 승부수…조선업 부활에 140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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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에 맞서 '해양 패권' 승부수…조선업 부활에 140억 달러

2045년까지 함대 381척으로 확대…노후 인프라·인력난은 과제
"실패 용납 안 돼"…민관 협력으로 한국·중국과 기술 격차 좁힌다
항공모함 USS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함과 동반 전함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 항해는 중동 지역 해상 안보와 항행 자유 보장을 위한 미 해군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항공모함 USS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함과 동반 전함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 항해는 중동 지역 해상 안보와 항행 자유 보장을 위한 미 해군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사진=AP/뉴시스
미국이 중국의 거센 해군력 도전에 맞서 해상 패권을 되찾고 자국 조선업을 되살리고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대적 투자를 단행한다. 이는 수년간 지속된 함대 규모 축소와 산업 기반 약화라는 이중고를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라고 워싱턴타임스가 지난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대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감소한 가운데, 중동에서의 작전 빈도는 늘고 인도·태평양에서는 중국을 주된 경쟁자로 설정하는 등 안보 부담은 되레 커졌다. 이 때문에 미국은 국가와 동맹 방어를 노후한 소수 전함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으며, 국제 해운 시장 점유율 역시 급격히 하락했다.

위기 극복의 구체적 방안으로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The 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급부상하고 있다. 허드슨 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크리스천 리 퇴역 해안경비대 대령은 해안경비대에만 평소 예산의 10배에 이르는 140억 달러(약 19조 4558억 원)가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례 없는 투자 확대"라며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때인 만큼 반드시 이에 부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자금 투입이 곧바로 역량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조선업계는 한국과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있으며, 허드슨 연구소는 성명을 통해 "미국 해양 산업은 심각한 인력 부족, 낡은 기반 시설, 상업 수요 부족이라는 여러 도전을 안고 있다"고 짚었다.
◇ 2045년까지 381척 함대 구축…'해양 지배력' 청사진

미 해군은 현재 296척의 함정에서 2045년까지 381척의 유인 함정과 134척의 무인 수상·수중 함정을 갖추는 체제로 확대할 계획이다.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로버츠 국방 개념 및 기술 센터 선임 연구원은 현재 산업계가 "급진적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몇 달 사이 해양 지배력 회복을 목표로 한 행정명령을 내렸고, 중국 소유 선박을 겨냥한 무역 제재도 단행했다"면서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중요한 해양 관련 입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버츠 연구원은 이러한 최고위급의 관심과 지원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롭고 흥미로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 "안정적 수요가 관건"…업계, 민관 협력 호소

산업계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화디펜스 USA의 마이크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조선소의 생산 능력 대부분이 상업용 선박에 집중돼 있어, 군사용 수요가 급증하면 생산 능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든 민간이든 고객의 꾸준한 수요 신호가 조선 산업에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는 공급업체들이 기술 혁신에 투자하고 시설을 확장할 확신을 주기 때문이며, 조선업은 주기가 긴 사업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지난 2025년 4월에는 미국 조선업을 되살리고자 침체된 조선과 상업 해양 산업 부흥을 목표로 하는 초당적 법안인 '미국을 위한 선박 법안(SHIPS for America Act)'이 다시 발의되기도 했다. 이 법안은 국가 해양 전략 실행을 위해 백악관 안에 해양 안보 보좌관과 위원회를 만드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미국 조선업 협의회의 매튜 팩스턴 회장은 "우리 조선소들이 민간 부문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박 수리는 해군뿐 아니라 상업 부문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함대 규모 축소에 마주한 우리 조선소들은 유지보수 예산과 관련 일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에서의 군사·해양 활동을 늘림으로써 중국의 해상 군사 우위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