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OPEC+는 이날 8개 회원국이 참여한 온라인 회의를 통해 9월 산유량을 하루 54만7000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는 올 4월 하루 13만8000배럴 소폭 증산을 시작으로 5~7월 세 차례에 걸쳐 하루 41만1000배럴씩 증산한 데 이어 8월 54만8000배럴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증산을 단행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OPEC+는 사실상 2년 전 시작된 자발적 감산 정책을 조기 종료하게 됐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는 별도로 하루 30만 배럴 증산을 승인받으면서 전체 증산 규모는 총 250만 배럴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 수요의 약 2.4%에 해당한다.
◇ 내부 반발에도 점유율 수복 가속
OPEC+는 지난해 1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UAE 등 8개국이 자발적으로 하루 220만배럴 감산에 나섯다.
당시에는 전기차 확산과 중국의 석유 수요 부진 우려가 반영된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감산은 미국, 브라질, 캐나다 등의 생산 증가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OPEC+는 지난해 12월부터 감산 해제를 예고했고 올해 들어 일정보다 1년 이상 빠른 속도로 공급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유가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고 여름철 계절 수요도 맞물리면서 지금까지는 시장이 증산 물량을 무난히 소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무리타 센 에너지애스펙츠 공동창립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약 9만6880원) 수준으로 회복된 점이 OPEC+에 시장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을 줬다”면서 “재고가 여전히 낮은 구조도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 공급 과잉 우려도 확산…남은 감산 해제는 숙제
FT에 따르면 현재도 OPEC+는 8개국의 자발적 감산 165만 배럴과 전체 회원국 대상 감산 200만 배럴 등 총 365만 배럴 규모의 감산이 유지되고 있다. 이들 감산은 2026년 말까지 유효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OPEC+는 9월 7일로 예정된 다음 회의에서 자발적 감산 165만 배럴의 해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증산이 가파르게 이뤄진 상황에서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유가 급락이나 공급 과잉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호르헤 레온은 “OPEC+는 가장 큰 감산을 무사히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며 “그러나 남은 감산 해제 시점과 방식은 훨씬 더 어렵고 민감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겨울철이 되면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프랑스의 토탈에너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 유가는 풍부한 공급 속에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4~5월 사이 배럴당 58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69 달러까지 반등했다.
◇ 비OPEC 생산 정체가 변수
중장기적으로는 비OPEC 산유국의 생산 둔화가 다시 OPEC+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비OPEC 국가는 올해 140만 배럴, 내년 110만 배럴 생산을 늘릴 것으로 보이지만 2027년에는 9만1000배럴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에너지애스펙츠도 이와 유사한 분석을 내놨다.
이 같은 공급 둔화는 OPEC이 여유 생산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늘려줄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바클레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등지에서 성장 둔화가 현실화되면 OPEC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잉여 생산능력을 가동해 유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