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추진해온 고율 관세 정책으로 교역 상대국들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고 있지만 실질적인 경제적 승리는 아직 요원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 축소와 세수 증대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물가 상승과 성장 저해, 법적 논란 등 여러 구조적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고 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 재집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을 2.5%에서 17~19%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7일을 기점으로 추가 관세가 발효되면 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관세 정책은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전달 대비 16% 줄었고 대중국 무역적자는 2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고율 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는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였으며 세계 각국도 아직까지는 보복 관세 조치를 자제하고 있다. 그 결과 글로벌 경제 전체가 보복성 무역전쟁의 충격을 피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관세 인하 협상은 절반의 성공…경제적 대가는 계속
트럼프 정부는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필리핀 등 8개국과 관세를 10~20% 수준으로 조정하는 틀 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미국 전체 교역의 약 40%를 차지하며 추가로 중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 약 54%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당초 ‘90일간 90개 협상’이라는 정부 발표에는 한참 못 미치는 성과다.
정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시 립스키 애틀랜틱카운슬 경제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쉽게 보복 없이 관세를 인상했지만 이게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마이클 스트레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정책연구소장도 “외교적으로는 양보를 얻어냈지만 미국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속은 넘치지만 실현은 불투명…법적 리스크도 상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도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러시아산 석유 수입 문제를 이유로 25%에서 50%로 상향했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기소 문제를 놓고 브라질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스위스도 한때 우호적 평가를 받았지만 정상 간 대화가 결렬된 후 39% 관세를 부과받았다.
미국이 각국과 체결한 수천억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이나 전략물자 구매 합의에 대해선 구속력 있는 이행 수단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EU는 미국산 전략물자 7500억달러(약 1035조원)어치 구매와 6000억달러(약 828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집행 여부는 각국 정부나 민간 기업의 의지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미국 내 법적 논란도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활용해 사실상 무역 제재 수준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주 열린 심리에서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이 사안은 결국 연방대법원 판단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케리 앤 쇼 전 백악관 무역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생애 최초로 글로벌 무역 질서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온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결과는 시간이 지나야 평가받겠지만, 이 모든 정책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실험”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