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 속 육상 공급망 절실…美 견제 속 '권위주의 축' 결속
우크라 시장 잃은 러시아, 대체 수요·가격 협상 난제 상존
우크라 시장 잃은 러시아, 대체 수요·가격 협상 난제 상존

◇ 이스라엘-이란 충돌이 부른 '대체로' 필요성
이번 재부상에는 해상 에너지 수송로의 불안정성에 대한 중국의 위기감이 자리한다. 최근 12일간 이어진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은 이란 핵개발 능력에 타격을 줬지만, 동시에 러시아·중국 등 '권위주의 축'으로 불리는 국가들에는 전략적 기회를 안겼다. 이번 분쟁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며 벌어진 공습 작전이었고, 이에 대한 보복 논의 속에서 이란은 전 세계 원유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봉쇄 조치는 없었지만, 중국은 이 사태를 계기로 대체 수송망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중국은 LNG 수입의 약 30%를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에 의존하고, 이란산 원유는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올 상반기 하루 평균 14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으며, 이는 이란 전체 수출의 90%에 달한다. 만약 해상로 차단이 현실화되면 중국 경제에 미칠 충격은 치명적이다. 안정적 육상 파이프라인 확보가 국가 전략 과제로 떠오른 배경이다.
독일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예측 불가능한 군사정세 속에서 중국 지도부는 안정적 육상 공급이 지정학적 이익을 가져온다고 인식하게 됐다"며 "러시아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러시아에겐 잃어버린 유럽 대체
러시아에 '시베리아의 힘 2'는 유럽 시장 상실 이후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약 3년 반 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최대 에너지 수요처였던 유럽을 잃은 러시아는 새 시장 개척이 절실하다. 서시베리아 북부 야말반도에서 중국까지 2600km를 잇는 이 노선이 완공되면, 저유가·제재로 어려움에 빠진 러시아 경제에 수십억 달러의 신규 수익원이 생기고, 중국에 대한 에너지 영향력도 확대된다.
2019년 개통한 기존 '시베리아의 힘'은 러시아 동시베리아에서 아무르주를 거쳐 중국 북동부까지 2900km 이상 연결되며, 중국 전체 가스 소비의 약 10%를 공급한다. 중국은 석유 소비의 20%도 러시아에 의존한다. '시베리아의 힘 2'는 이 같은 에너지 결속을 한층 강화하고, 미국이 견제하는 양국의 '제한 없는 우정(no-limits friendship)'을 상징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
◇ 가격·소유권 이견, 완공까진 '5년 이상'
하지만 난제도 여전하다. 양국은 가스 가격과 소유권 구조를 두고 오랜 이견을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합의 후 착공하더라도 완공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러시아의 경제난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즉효약'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시베리아의 힘 2'가 현실화되면 러시아·중국의 권위주의 체제 결속은 더 공고해지고, 서방에는 한층 복잡한 지정학적 도전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