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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중소기업계, 트럼프 관세 여파 직격탄…원가·고용 계획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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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중소기업계, 트럼프 관세 여파 직격탄…원가·고용 계획 ‘휘청’

지난해 8월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이스턴 마켓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8월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이스턴 마켓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 저소득층 가계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기업은 자금력과 장기계약, 공급망 조정 능력을 바탕으로 충격을 완화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급등한 원자재 가격과 불확실한 정책 환경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 자금·협상력 부족에 원가 급등


NYT에 따르면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병원에서 구내 커피점을 운영하고 있는 카트리나 골든은 중국산 종이컵 공급사로부터 관세 인상 전 대량 구매를 권유받았지만 건당 225달러(약 31만원)인 제품을 미리 사들일 자금이 없었다.
그는 NYT와 인터뷰에서 “원가가 이미 20~25%나 올랐다”며 다음 주문 때는 케이스당 가격이 300~400달러(약 41만6000~55만5000원)로 뛸 것으로 예상했다.

매사추세츠주 리틀턴에서 판금 제조업체 ETM 매뉴팩처링을 경영하는 더그 셰펠은 알루미늄과 철강에 50% 관세가 부과된 뒤 원자재를 ‘현물 거래’로만 조달하면서 비용이 급등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 계획을 세워도 설득력이 없고 고객사 주문도 지연되거나 감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수입품뿐 아니라 국산품도 인상


관세 부담은 해외 수입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산 1회용 케이크 용기(500개)는 올해 1월 55달러(약 7만6500원)에서 현재 69달러(약 9만5700원)로 올랐고, 현지 로스터리에서 공급받는 5파운드 커피 원두는 55달러에서 63달러(약 8만7400원)로 상승했다. 여기에다 브라질산 커피에 50% 관세가 새로 부과돼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릴 마마스 스위츠앤트리츠를 운영하는 골든은 주당 순수입이 기존 2500~3000달러(약 346만7500~416만1000원)에서 2000달러(약 277만4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3개월 안에 변화가 없으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3달러(약 4160원)짜리 커피는 50센트~1달러(약 694~1387원), 3달러(약 4160원)짜리 케이크는 5달러(약 1만1096원)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고용·소비심리 위축


중소기업 이익단체인 ‘스몰 비즈니스 포 아메리카스 퓨처’는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과 국가부채 급증, 보건예산 삭감이 중소기업 생존을 위협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시장에서는 고용 축소보다 신규 채용 지연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경제자문역이었던 다니엘 호른웅 MIT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이 채용을 보류하는 분위기”라며 “구직자 이동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가 직면한 평균 실효 관세율은 1월 2.4%에서 현재 18.6%로 올랐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하위 20%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관세와 복지 축소로 2.5~3% 감소하고, 상위 20%는 대규모 감세 혜택으로 동일 비율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