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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그룹, 62조원 빚더미에 홍콩 증시서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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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그룹, 62조원 빚더미에 홍콩 증시서 퇴출

법원 청산명령 후 거래재개 실패…예상 웃도는 부채 규모에 발목
주주가치 사실상 ‘0’ 수렴…중국 부동산 위기 장기화 신호탄
한때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이었던 헝다그룹. 전성기 시절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때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이었던 헝다그룹. 전성기 시절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사진=로이터
한때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였던 헝다그룹(China Evergrande Group)이 홍콩 증시에서 퇴출당한다. 2009년 홍콩 증시에 상장한 뒤 한때 시가총액 500억 달러(약 69조 원)를 웃돌았던 거대 기업이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의 부채가 발목을 잡으면서 청산 절차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홍콩거래소는, 지난해 1월 고등법원의 청산 명령으로 주식 거래가 멎은 헝다가 18개월 연속 거래 정지 시 상장 폐지가 가능하다는 규정에 따라 퇴출을 결정했다. 홍콩증권거래소는 12일(현지시각) 공시를 통해 헝다가 거래 재개를 위한 7월 마감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며, 오는 8월 25일부로 상장을 최종 취소한다고 밝혔다.

헝다는 2021년 공식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며 몰락의 길로 들어섰고, 중국 부동산 시장을 뒤흔든 장기 침체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 눈덩이 부채에 '백기'…회생 가능성 사실상 없어
청산을 주도하는 에드워드 미들턴과 티파니 웡 등 공동 청산인은 보고서를 통해 헝다의 부채 규모가 기존 추정치를 훨씬 웃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2025년 7월 31일 기준으로 총 187건의 채무 증명을 받았으며, 채권 총액은 약 3500억 홍콩달러, 미화로는 450억 달러(약 62조 원)에 이른다. 기존 추정치인 275억 달러(약 38조 원)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청산인들은 일부 자산을 매각했으나 현재까지 회수한 현금은 많지 않다고 한다.

청산인들은 보고서에서 "현 단계에서 전반적인 구조조정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혀 회생 가능성이 사실상 없음을 내비쳤다. 또한 "그룹 산하 100곳이 넘는 자회사 통제권을 확보했지만 이들 기업에서 최종적으로 얼마를 회수할 수 있을지 추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주주는 '빈손'…부동산 시장 전반에 경고등

상장폐지가 주식의 법적 권리를 없애는 것은 아니나, 공개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어 사실상 자산 가치가 묶인다. 청산 절차에서는 담보·선순위 채권자가 변제 우선권을 가지며, 그다음으로 무담보 채권자가 차례로 나눠 받는다. 남은 재산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보통주 주주가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크리스티 훙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상장 폐지 여부와 관계없이 헝다 주주들은 거의 전액 손실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헝다의 청산과 변제 순위에서 앞서는 채권자들의 막대한 채권액을 생각하면, 지분 보유자(주주)들은 아무것도 건지지 못할 중대한 위험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헝다의 몰락은 중국 당국의 고강도 부채 규제와 주택 수요 둔화가 맞물린 결과로, 중국 부동산 업계 전반의 신용경색과 투자 심리 위축을 상징하는 사건이 됐다. 헝다 사태가 불러온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면서 중국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며, 컨트리가든 같은 다른 대형 개발사 역시 청산 위험을 안고 있어 업계의 구조조정 압박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