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전반에 직접 개입하며 사실상 ‘산업 총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中 수출 허가 대가로 15% 합의
1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대중국 인공지능(AI) 칩 수출 허가를 조건으로 매출의 일정 비율을 연방정부에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트럼프는 지난주 백악관 집무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면담하며 중국에 AI 칩을 판매할 수 있는 수출 허가를 내주는 조건으로 매출의 20%를 정부에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조건부로 묶어 미국 내 추가 투자를 강제하고 해외 생산 반도체에는 최대 100%의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립부 탄 인텔 CEO에 대해서는 “중국 반도체 산업과 깊이 연관돼 있다”며 교체를 요구했으나 직접 면담 후 입장을 일부 철회했다.
◇ 업계 “정책 예측 불가능”…대규모 투자 압박
미국 반도체 업계는 장기간 설계·건설 계획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트럼프 대통령가 돌발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에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랜드연구소의 지미 구드리치 선임연구원은 “업계 전체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즉흥적 판단에 따라 방향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업계는 백악관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금도금 받침대가 있는 기념패를 선물하며 1000억 달러(약 137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 중 일부는 미국 반도체 업계에 투입된다.
◇ 美 반도체 자급률 강화 속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첫 임기에도 중국 화웨이와 거래를 차단하고 대만 TSMC의 애리조나 공장 건설을 성사시켰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를 확대해 520억 달러(약 71조3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켰고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투자 압박과 관세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TSMC는 지난 3월 미국 내 공장 3곳과 패키징 시설 2곳 건설에 1000억 달러(약 137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1500억 달러(약 205조5000억 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를 지키기 위한 직접적 개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