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지정학 불안에 트럼프 관세 면제 '기름'…최적의 환경 갖췄나
BNP 파리바 '4,000달러 돌파 가능', UBS '연말 3500달러' 전망 잇따라
BNP 파리바 '4,000달러 돌파 가능', UBS '연말 3500달러' 전망 잇따라

◇ 월가, 금값 4000달러 시대 '군불'
BNP 파리바 포르티스의 필리프 헤이설스 최고전략책임자는 금값이 목표가인 4000달러(약 553만 원)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고물가와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걱정, 지정학적 위험과 변동성 확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맞물린 현재 상황이 금값에 더없는 호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승장은 이제 막 1회 초를 시작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UBS 역시 금값 상승을 전망했다. UBS는 보고서를 통해 런던 금 현물 가격이 2025년 말까지 온스당 3500달러(약 484만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 값보다 약 4.5% 높은 수치다. UBS 전문가들은 "최근 금 수입 품목 구분을 둘러싼 소동은 관세에 대한 해석과 적용이 현장에 얼마나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짚었다. 또한 "이런 극적인 사건은 투자자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며 "이것이 금 수요 자체를 위축시키기보다는, 투자자들이 금을 어디에 어떻게 보유할지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전망에 불을 지핀 것은 최근의 관세 면제 소동이다. 지난 7월 31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스위스산 1㎏과 100온스 금괴를 관세 부과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고, 이 소식에 뉴욕 금 선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 수준까지 치솟는 등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월요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직접 밝히면서 혼란은 일단락됐다. 발표 직후 금 선물 가격은 오름세를 일부 반납하며 안정을 되찾았다. 화요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12월 인도분 금은 0.35% 내린 3392.90달러(약 469만 원)에 거래를 마쳤고, 런던 현물 가격은 온스당 3339.60달러(약 462만 원)에서 보합세를 보였다.
◇ 낙관론 속 신중론과 남은 변수들
물론 시장의 전망이 낙관론으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다. 도이체방크의 마이클 쉬에 연구원은 "관세 면제는 시장이 이미 예상했던 바로, 런던과 뉴욕 간 연계된 현물 교환(EFP) 가격 차이가 줄어든 것에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급등했던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CBP의 관세 대상 구분과 백악관의 면제 확인 사이의 행정적 불일치를 어떻게 풀지에 대한 기술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의 불씨가 남았음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짧은 기간 금 시장의 값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관세 해석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관련 움직임, 중앙은행의 금리 방향 등에 따라 값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뉴욕 선물과 런던 현물 간의 가격 차이는 실제 금을 주고받거나 계약을 맺는 값에 직접 영향을 주므로 꼼꼼히 살펴야 한다. 또한, 자료 출처에 따라 나오는 값이 다를 수 있으므로 투자를 결정할 때는 만기, 시장, 시각 등 같은 기준으로 값을 비교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