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산 의약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하면서 미국 제약사들의 절세 전략 거점인 아일랜드 경제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일랜드는 매년 미국으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항암제와 체중감량제 성분 등 고부가가치 제약제품을 수출하면서 미국 제약사들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특허 및 이익을 이전해 절세를 꾀하는 ‘세금 회피의 핵심 거점’이 돼 왔다.
이같은 관세가 실제로 발효되면 기업들은 아일랜드에 생산기지를 유지할 경우 막대한 관세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에는 인건비 등 상승한 비용에 맞닥뜨리게 된다고 NYT는 전했다.
이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세법에 정통한 인력을 활용하거나 수출품을 구성품과 특허·로열티 등으로 분리해 관세 부담을 줄이는 복잡한 방식도 검토 중이다. 월가 투자은행 리어링의 분석에 따르면 이같은 전략이 관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핵심 방안이다.
실제로 미국계 글로벌 제약사 머크는 세계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는 항암제 ‘키트루다’의 미국 공급을 위해 내년부터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생산 이전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올해 초까지는 아일랜드 생산분을 최대한 미국으로 보내면서 향후 관세 적용에 대비해왔다는 설명이다.
아일랜드 해안 지역에 제조공장을 둔 존슨앤드존슨를 비롯한 주요 제약사들은 특허권을 아일랜드나 제3국으로 이전해 이익을 해외로 집중시키는 구조를 유지해왔다.
미국 세무 전문가들은 “기업이 이익을 어디에 신고하는가가 관세보다 더 중요한 세금 요소”라며 관세 부과 이후에도 이익 신고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세수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