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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시대 새로운 부 분배 모델 나왔다... "AI가 벌어온 돈 모든 인류가 나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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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시대 새로운 부 분배 모델 나왔다... "AI가 벌어온 돈 모든 인류가 나눠야"

머스크·올트먼 등 'AI 자금 지원 UBI' 제안, 연간 1조 개 토큰 지급..."AI 창출 부로 보편적 기본소득 가능” 주장
비판론자들, "정치적 환상" 반박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들이 인공지능(AI)이 창출하는 부를 활용해 보편적 기본소득(UBI)을 제공하자는 구상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들이 인공지능(AI)이 창출하는 부를 활용해 보편적 기본소득(UBI)을 제공하자는 구상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일하지 않아도 AI가 대신 벌어준 돈으로 모든 사람이 넉넉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온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런 이야기가 이제 실리콘밸리에서 진짜 현실 논의로 떠오르고 있다.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들이 인공지능(AI)이 창출하는 부를 활용해 보편적 기본소득(UBI)을 제공하자는 구상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14(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등 기술업계 거물들이 세금이 아닌 AI 자동화로 절감된 비용을 재원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있다.

AI 붐 시대의 새로운 부 분배 모델


기술업계 리더들은 AI가 단순 공장 노동부터 고숙련 사무직까지 인간 업무를 대체하면서 발생하는 비용 절감과 수익 증대 효과를 대중과 공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보편적 기본소득이 "AI 붐을 대표하는 가장 인기 있는 약어 중 하나"가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올트먼은 지난 7'디스 패스트 위크엔드' 팟캐스트에 출연해 앞으로는 모든 사람이 현금 대신 "AI가 만들어내는 모든 것에 대한 소유권 지분"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를 통해 AI가 축적한 부를 인구 전체에 분산시킬 수 있으며, 이 개념을 "보편적인 극단적 부"라고 명명했다고 밝혔다.

올트먼이 내놓은 이 새로운 시스템을 쉽게 풀어보면 이렇다. 지금은 AI 회사 주식을 가진 소수의 부자들만 AI가 벌어들이는 어마어마한 돈을 혼자 가져간다. 그런데 앞으로는 AI가 만들어내는 부를 모든 사람이 조금씩 나눠 가지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AI 덕분에 지구상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올트먼은 매년 모든 인류에게 대규모 언어모델이 사용하는 정보의 기본 단위인 1조 개의 토큰을 지급해 이를 판매하거나 개인 자산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머스크는 지난 5월 한 포럼에서 AI가 대부분의 생산을 자동화하고 대중이 수익을 공유한다는 개념인 "보편적 고소득"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편적 소득이 "우리가 아직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번영과 행복"을 갖춘 "스타트렉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잘못 다루면 "터미네이터"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는 현재 회사 업무의 최대 절반이 AI에 의해 수행된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의 경기 부양 수표를 더 넓은 소득 분배를 위한 모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베니오프는 포춘 기고문에서 자동화가 소득 불평등을 야기하고 "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심지어 전통적으로 가족을 부양하거나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추가 소득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험도 진행됐다. 올트먼은 2016년부터 3년 동안 매달 저소득층 그룹에 1000달러(139만 원)를 제공하는 실험에 자금을 지원했다. 연구를 진행한 엘리자베스 로즈에 따르면, 수혜자들은 약간 덜 일했고 대부분 기본 필수품에 지출했다고 오픈리서치는 발표했다.

"정치적 환상" vs "사회 안정망 필요"


그러나 실리콘밸리 전체나 대중이 모두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비판론자들은 보편적 소득이 정치적으로 비현실적이며 기술 회사가 실업률과 부의 격차 증가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노동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르는 소득의 대부분이 소수의 출처에서 분배되는 가상의 사회는 무섭고 "정치적 환상의 나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AI 리더들이 "모든 사람을 실직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할지 더 나은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에 보편적 소득을 지지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편적 소득을 받지 못한 채 직장을 잃을 수 있는 미국 이외의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려를 표명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레센은 2023"기술 낙관주의 선언문"에서 인간이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은 유용하고, 생산적이며, 자랑스러워하도록 의도되었다"고 썼다. 앤드레센은 정부가 대부분의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UBI가 불필요하다고 자신의 서브스택에 기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AI 정책 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는 지난해 자신의 '올인' 팟캐스트에서 AI 붐을 통해 부를 추구하는 기술 거물들이 실직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돈을 나눠주는 아이디어를 사용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엑스(X)에 보편적 소득은 "일어나지 않을 것""복지"에 대한 "환상"이라고 게시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위터 공동 창립자 잭 도시와 페이스북 공동 창립자 크리스 휴즈는 지난 몇 년간 파일럿 프로젝트에 수백만 달러를 지출했으며, 현재 일부 UBI 시험 프로그램은 빈곤을 줄이거나 폭발적인 자동화에 대응하여 기부자 및 보조금을 개인이나 가족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