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자신의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세운 ‘상호주의 관세’가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외국의 관세율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자유주의 성향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주의 관세’는 대부분의 경우 외국의 평균 관세보다 미국이 더 높은 세율을 매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 “상호주의”라더니 오히려 역전 현상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이 정책을 발표하면서 “외국이 미국산 제품에 매기는 관세만큼 미국도 똑같이 부과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케이토연구소가 세계무역기구(WTO) 자료를 비교한 결과 실제로 부과된 세율은 대체로 외국의 관세율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연합(EU) 역시 미국산 제품에는 평균 1.7%만 물리지만, 미국은 EU 수입품에 15%를 적용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미국산 제품에 매기는 평균 관세율이 1.5%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뉴질랜드산 제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베트남도 마찬가지로 미국산 제품에는 2.9%의 관세를 매기지만 미국이 부과한 관세율은 20%에 이른다.
◇ 왜 문제인가…“결국 미국 소비자가 비용 부담”
겉으로 보면 외국 기업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므로 미국이 유리한 듯 보인다. 그러나 관세는 수입업자가 먼저 내고 이 비용은 결국 상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외국 기업이 아니라 미국의 소비자와 수입업자가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
특히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부품 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제품 가격 상승과 경쟁력 약화로 연결된다.
케이토연구소는 “관세가 공정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보호무역 수단일 뿐”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 FTA 국가에도 동일 적용…“진짜 상호주의는 사라졌다”
케이토는 또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들까지도 예외 없이 높은 ‘상호주의 관세’를 부과받았다”며 “법적으로 보장된 무역 상호주의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한국과 지난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발효시켜 협정 발효 이후 10년에 걸쳐 대부분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해 최종적으로 철폐하기로 합의했었다. 실제로는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가 이미 상당 부분 없어졌고 일부 민감 품목을 제외하면 2020년대 초반까지 철폐가 완료됐다.
따라서 자유무역협정 발효이후 단계적으로 관세가 낮아져 대부분의 품목에서 이미 관세가 사실상 사라진 상태였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수입품에 25%에 달하는 상호주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형식상 명분은 ‘상호주의’였지만 실제로는 미국 측이 훨씬 강한 조건을 요구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