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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發 관세 폭탄에 美 관세율 90년 만에 최고 수준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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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發 관세 폭탄에 美 관세율 90년 만에 최고 수준 급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단행한 대규모 관세 인상 조치로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美 수입품 45%에 고율 관세…EU 등과 제한적 합의


미국 예일대 산하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유럽연합(EU)과 합의한 관세 체제를 반영할 경우 미국의 전체 실효 관세율은 17.3%에 이른다. 이는 1935년 기록된 17.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재임 이후 취한 보호무역 조치의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 수입품의 약 45%에 대해 고율 관세가 ‘고정적으로’ 부과되도록 하는 조치들이 시행됐으며 이는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통과된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고립주의 무역정책과 유사한 흐름이다.
트럼프는 지난 4월 발표한 ‘상호주의 관세’ 정책으로 시장 혼란을 일으킨 뒤 일부 국가에는 예외를 허용하거나 개별 협상을 통해 관세를 조정해왔다. 이번 EU와 합의는 그 중 가장 큰 규모로 평가되며 이 밖에도 영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5개국과의 제한적 합의가 잇따라 체결됐다.

◇ “세계 무역질서 재편 불가피”…기업 공급망 변화 불러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합의가 ‘무역전쟁 회피’라는 안도감을 주는 동시에,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을 흔드는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한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무역정책학 교수는 “트럼프는 미국 무역 보호주의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이는 결국 전 세계 무역 시스템에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앨런 울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더 이상 세계 최고의 시장이 아니다”라며 “기업들은 미국 외 지역으로 수출 경로를 다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일본·베트남과는 해석 엇갈려…달러 약세 지속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체결한 일부 합의는 당사국 간 해석이 엇갈리는 사례도 발생했다. 예컨대 일본과의 합의에서 양국 정부는 투자 약속 내용을 다르게 설명하고 있으며 베트남 정부는 미국이 발표한 관세율에 대한 동의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중국과는 지난 5월 관세를 일부 완화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무역 갈등 해소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 반응은 당장은 긍정적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증시는 모두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UBS의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인 게리 파울러는 “합의는 없는 것보단 낫다”며 “리스크 완화에 대한 단기 안도감이 시장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6개월 안에 관세 인상이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결국 시장은 다시 펀더멘털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달러화는 지난 4월 ‘해방의 날’ 발표 이후 이어진 시장 혼란으로 인해 주요 통화 대비 올해 들어 1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