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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용카드 사용 급감…4년 만에 직불카드보다 낮아져 '소비 위축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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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용카드 사용 급감…4년 만에 직불카드보다 낮아져 '소비 위축 신호'

카드 부채 1조 달러 돌파 후 '허리띠 조이기'…한국 대미 수출 타격 우려
미국 소비자들이 팬데믹 시기 급증했던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며 부채 관리에 나서고 있다. 신용카드보다 직불카드 사용이 늘고 있다.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소비자들이 팬데믹 시기 급증했던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며 부채 관리에 나서고 있다. 신용카드보다 직불카드 사용이 늘고 있다.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미국 소비자들이 팬데믹 시기 급증했던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며 부채 관리에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6(현지시각) 미국 신용카드 지출증가율이 4년 만에 처음으로 직불카드 지출증가율을 밑돌았다고 보도했다.

신용카드는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물건을 사고 나중에 갚는 방식이고, 직불카드는 자신의 통장에 있는 돈으로 바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돈을 빌려쓰는 신용카드 사용이 크게 줄고 있다.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 최신 지출 데이터를 보면 올해 첫 6개월 동안 미국 직불카드 지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57% 늘었다. 반면 신용카드 지출은 5.65% 증가에 그쳤다. 신용카드 지출증가율이 직불카드를 밑돈 것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현상으로, 이는 거의 4년 만에 처음이다.

1조 달러 돌파한 신용카드 부채, 소비 패턴 변화 신호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잔액은 팬데믹 급증 이후 1조 달러(1383조 원)를 넘어섰다. 2022년에는 신용카드 지출이 직불카드 지출보다 7배 이상 빠르게 늘었지만, 현재는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지난해 말 신용카드 지출 증가율이 직불카드 지출에 뒤처지기 시작하면서 14분기 연속 행진이 끝났다. 이는 팬데믹 이전 표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신용 보고 기관인 트랜스유니언(TransUnion)의 찰리 와이즈 수석 부사장은 "과거 몇 년간 신용카드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봤다""하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이 예전에는 신용카드로 많이 소비했지만, 이제는 빚이 너무 많아 스스로 카드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트랜스유니언 연구를 보면 잔액 증가 둔화와 연체율 감소는 소비자가 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출신의 27세 의료 영업 담당자 시아라 주리타-잭슨은 신용카드 빚으로 72000달러(9900만 원)를 쌓은 후 지난 2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골드 카드를 잘라냈다. 그는 스마트폰에서 모든 가상 카드 번호를 지우고 나머지 28장의 카드는 사용하지 않는 지갑에 넣었다고 밝혔다. 그는 월 상환액이 2800달러(380만 원)로 불어났다며, 이는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대출을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6700달러(920만 원)짜리 정수기, 4000달러(550만 원)의 크리스마스 선물과 음식, 마이애미와 플로리다주 올랜도 여행을 포함해 3년 동안 쇼핑을 즐겼다고 했다. 그는 은행의 소개 제안과 포인트를 받아들였고, 최소한의 지불금을 내면서 앞서 나가고 있다고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신용카드를 내 주머니 돈인 것처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으로 생각했다." 신용카드 사용을 끊은 후 6개월 동안 3만 달러(4100만원)를 갚은 주리타-잭슨이 말했다. 그는 이제 현금과 직불카드에만 의존하고 있다.

◇ 높은 이자율과 학자금 대출 부담 가중


현재 미국인들은 최근 여러 측면에서 가계 예산이 압박을 받고 있다.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부터 높은 신용카드 이자율까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신용카드 이자율은 평균 22% 안팎을 맴돌고 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가장 최근 데이터를 보면 신용카드값을 제대로 못 갚고 최소한의 돈만 내는 미국인의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카드 회사는 돈 많은 고객들에게만 카드를 발급하려 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점점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더 많은 미국인들이 자신의 재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는 또 다른 징후는 최근 신용카드 부채를 통합하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개인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1분기 개인 대출 개시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 늘어 총 잔액이 2570억 달러(35568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런 대출은 신용카드 부채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안도감은 일시적일 수 있다. 트랜스유니언의 별도 연구를 보면 카드 부채를 개인 대출로 통합하는 차용인은 처음에는 카드 잔액을 평균 57% 줄였지만 많은 차용인이 18개월 이내에 카드를 다시 채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은 최근 대미 수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202014.5%에서 지난해 18.7%로 올랐으며, 같은 기간 수출액도 741억 달러(1026100억 원)에서 1278억 달러(1769700억 원)로 해마다 평균 약 14.5%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을 보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질 경우 대미 수출액은 약 2.4%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며, 이 때문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약 0.1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그간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던 우리나라의 대미 소비재 수출은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양호하겠지만 증가세는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신용카드 지출 축소가 상징하는 미국 소비 둔화가 한국의 대미 수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대미 수출과 미국 내수 간 연결고리가 강해진 상황에서 미국 소비 위축은 한국 경제에도 바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