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파월 잭슨홀 연설과 다음 주 7월 개인소비지출(PCE) 지표에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또 공개 저격했다. 이번에는 주택시장 문제를 거론하면서 파월 의장을 향해 금리를 대폭 인하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20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누군가 제롬 ‘너무 늦은’ 파월에게 주택시장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 없겠냐”면서 “사람들은 그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파월 의장을 공격했다.
트럼프는 이어 “인플레이션은 존재하지 않고, 모든 징후는 대대적인 금리 인하를 가리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오는 23일로 예정된 잭슨홀 연례 중앙은행 심포지엄을 앞두고 나온 것이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연설에서 경기 전망과 단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신호를 줄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팬데믹 당시의 고점에 비해서는 크게 낮아졌지만, 최근 지표가 엇갈린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대를 웃돌고 있다.
연준의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9월 16~17일 열릴 예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 연내 한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이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 온 대폭 금리 인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오는 9월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연준은 지난해 9월 대선 직전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두 달 동안 추가로 총 0.5%포인트를 더 내렸다. 연준은 그렇지만 올해 들어서는 금리를 4.25~4.50% 범위로 계속 유지하고 있다.
향후 금리 정책과 관련해 최근 연준 내부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고해 차입 비용을 낮출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7월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5~6월 신규 고용 지표도 대폭 하향 수정되는 등 냉각 조짐을 보이는 만큼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이어 다음 주 발표될 7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주목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7월 PCE 물가가 전월 대비 0.3% 올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3%까지 끌어올리는 수치다. PCE는 연준이 물가 목표(2%)와 비교하는 핵심 지표로, 이번 결과가 향후 금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과 연준을 연달아 비판하며, 높은 금리가 미국 정부의 차입 비용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높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치솟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예비 주택 구매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기지 금리는 연준의 기준금리와 느슨하게 연동되며, 실제로는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반영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에 더 민감하게 연동해 움직인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장기금리가 반드시 하락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하락세를 보이던 모기지 금리는 9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린 직후, 급등한 사례가 있다.
최근 몇 주간 미국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약 6.7% 수준으로 팬데믹 충격 이후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고 연준이 금리 인상 사이클에 돌입하기 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