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쿡 연준 이사 "모기지 사기 의혹에도 자리 지킬 것"...트럼프 사임 요구에 반박

글로벌이코노믹

쿡 연준 이사 "모기지 사기 의혹에도 자리 지킬 것"...트럼프 사임 요구에 반박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 사진=AP/연합뉴스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20일(현지시각)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이유로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임 요구를 거부하며 연준에 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쿡 이사는 연준 대변인을 통해 배포한 이메일 성명에서 “트위터에 제기된 몇 가지 의혹 때문에 물러나라는 압력에 굴복할 의사는 없다”면서 “연준 위원으로서 개인 재정 이력에 대한 모든 질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정당한 질문에 답하고 사실을 제공하기 위해 정확한 자료를 수집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연방주택금융청(FHFA) 빌 풀트 국장이 쿡 이사가 연준 재직 중 저지른 ‘모기지 사기’ 증거를 근거로 사임하거나 해임돼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나왔다.

풀트 국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그는 신속히 사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임하지 않으면 해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쿡 이사의 이러한 해명은 풀트 국장이 법무부에 쿡 이사를 형사 조사하라는 서한을 보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쿡 이사는 지금 당장 사임해야 한다”고 글을 올린 이후에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풀트 국장은 지난 15일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쿡 이사와 관련한 두 건의 모기지 건을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풀트 국장은 본디 장관과 법무부 관계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쿡 이사가 “은행 문서와 부동산 기록을 조작해 더 유리한 대출 조건을 얻었으며, 이는 형법상 모기지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쿡 이사에 대한 기소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고, 본디 장관이 실제 조사를 착수할지는 불투명하다.

쿡 이사의 성명이 발표된 직후, 풀트 국장은 소셜미디어에 “변호사와 함께 무슨 말을 쓰든 상관없다”면서 “쿡, 당신은 트윗이 아니라 모기지 서류를 근거로 이미 덜미가 잡혔다”라고 게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애덤 시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과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을 상대로도 모기지 사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정적들이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가운데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지금까지는 주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겨냥해 왔다.

쿡 이사는 2022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의해 지명됐고, 임기는 오는 2038년까지다. 쿡 이사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당연직으로 참여하며, 지난달 FOMC 회의에서 다수 의견에 따라 금리를 동결하는 데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쿡 이사가 사임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회에서 채울 수 있는 또 다른 공석이 생기게 된다. 이는 공화당이 지명하는 이사가 전체 7명 중 4명으로 과반을 넘기게 될 가능성을 높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쿡 이사에 대한 연방주택금융청의 조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퇴 촉구에 대해 연준에 대한 압박 성격이란 해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차기 의장 인선 기준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차기 연준 의장은 반드시 금리 인하 입장을 공유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트럼프의 이러한 요구는 차기 의장이 연준의 독립성을 신뢰성 있게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 상원 금융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독립적인 연준 이사진을 불법적으로 해임하기 위해 연방정부를 무기화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