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대학 졸업생 실업률 6%…"AI 때문 아냐, 무너진 고용안전망이 진짜 문제"

글로벌이코노믹

美 대학 졸업생 실업률 6%…"AI 때문 아냐, 무너진 고용안전망이 진짜 문제"

“대학 졸업생 실업률, 전체 평균보다 50% 높아…허술한 실업보험 제도가 더 큰 위험”
“대학 졸업생 실업률, 전체 평균보다 50% 높아…허술한 실업보험 제도가 더 큰 위험”
미국 대학 졸업자들의 실업률이 전체 평균보다 높은 것이 인공지능(AI) 탓이 아니라 붕괴 직전에 있는 미국 고용안전망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대학 졸업자들의 실업률이 전체 평균보다 높은 것이 인공지능(AI) 탓이 아니라 붕괴 직전에 있는 미국 고용안전망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GPT4o
미국에서 최근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의 실업률이 전체 평균보다 높지만, 이는 인공지능(AI) 탓이 아니라 붕괴 직전에 있는 미국 고용안전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배런스(Barron’s)는 지난 21(현지시각) 싱크탱크 니스카넨센터(Niskanen Center) 고용정책 분석가 윌 라더만(Will Raderman)의 기고를 인용해 대학 졸업생(22~27) 실업률이 약 6%, 전체 실업률(4%)보다 약 1.5배 높다“AI가 지금 당장 청년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미국 실업보험 제도가 큰 충격에 대비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AI 탓이라는 주장은 근거 부족

라더만 분석가에 따르면, 미국의 청년 실업률은 이미 2010년대부터 높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생성형 AI의 등장 이전부터 이어져 온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통계를 보면, 컴퓨터 시스템·회계·감사·시장조사 등 대학 졸업생이 주로 취업하는 전문 분야는 오히려 신규 채용이 늘었다. 금융·보험업처럼 AI 기술을 많이 쓰는 산업에서도 졸업생 고용은 증가세를 보였다. AI 활용 여부와 무관하게 신규 졸업생을 뽑는 수치는 비슷하다. 다만 AI가 집중적으로 쓰이는 경영컨설팅·기술자문 분야 등 일부 업종에서는 고용이 줄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AI와 무관한 업종에서도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배런스는 이를 두고 단순히 AI 도입과 졸업생 고용 악화를 직접 연결할 증거는 없다는 평가가 연구자들 사이에서 우세하다고 보도했다.

◇ 더 큰 위협은 망가진 실업보험

라더만 분석가는 문제는 AI가 앞으로 언제 충격을 줄지보다, 미국 고용안전망이 그 충격에 대응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전망에서는 만약 AI가 대량 해고를 초래할 경우, 미국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욱 현실적인 추산이라 하더라도 향후 10년 동안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미국의 실업보험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이미 허술함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시 특별 실업지원 제도에서는 무려 1350억 달러(188조 원) 규모의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지금도 각 주() 고용기관은 연방정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지급이 늦거나 잘못되는 경우가 잦다. 2024년 기준 잘못 지급된 건수는 전체의 16%에 달했다.

◇ 줄어든 예산과 느린 행정

문제의 뿌리에는 줄어든 예산과 뒤늦은 행정 절차가 있다. 미국 주 실업보험 기관은 운영비 대부분을 연방정부 지원에 의존한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물가 상승을 반영하면 지원금은 3분의 1 줄었다. 게다가 해마다 큰 폭으로 바뀌어 인력 보강이나 전산 시스템 고도화에 투자하기 어렵다.

라더만 분석가는 실업보험 운영비 중 매년 수억 달러가 규정에 따라 다른 계정으로 이동해, 정작 실제 행정 운영에는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4년 동안만도 약 50억 달러(69000억 원)가 긴급 계정으로 빠져나가 주()기관은 위기 초입부터 대응력이 떨어졌다.

행정 절차상의 문제점도 크다. 지금은 실업급여 신청자가 먼저 청구를 내면, 주 고용기관이 사후에 고용주에게 확인을 요청한다. 이 때문에 고용주의 회신이 늦거나 없으면 지급이 지체되거나 잘못 지급된다. 미국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초과 지급의 4분의 3은 이 같은 행정 허점에서 비롯됐다. 연구 결과에서는 퇴직 순간에 고용 정보(이유·날짜)를 함께 수집하면 오류율을 20% 줄일 수 있고 지급도 빨라진다고 지적했다.

"AI보다 더 큰 약점은 낡은 안전망"

라더만 분석가는 앞으로 AI가 실제로 대규모 일자리 변화를 불러올 경우, 지금의 미국 실업보험 체제로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신규 졸업생들의 높은 실업은 오래된 구조 때문이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허술한 고용안전망이라고 결론지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