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사 압박 및 미국 방위비 확대 요구에 내년 국방비 23% 늘려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확대를 강하게 요구한 것이 직접 배경으로 꼽힌다고 지난 22일(현지시각) 에포크 타임스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만의 내년도 국방비 총액은 9495억 대만달러(약 43조 2800억 원)로 올해보다 22.9% 늘었다.
◇ 중국 군사활동 맞서 방위력 강화
행정원(대만의 행정부)은 지난 21일 예산안을 내놓으며 “대만의 주권과 안보를 지킬 수 있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초종태 행정원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고 있어 국방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만 국방부는 거의 날마다 인민해방군(PLA) 항공기와 군함의 대만 인근 활동을 공개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중국군의 출격 횟수가 크게 늘었다. 군사적 긴장에서 비롯된 실질적 대비가 국방비 증액의 이유로 제시됐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이 GDP의 10%를 국방에 써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치지만, 워싱턴이 대만에 한층 강력한 방위비 확대를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 2월 열렸던 국가안보회의에서 라이칭더(赖清德) 총통은 “국방 지출이 GDP의 3%를 넘도록 특별예산을 우선 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증액은 그 약속이 실제 예산안에서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 특별예산 1866억 대만달러…해·공군 전력 현대화
대만의 내년도 국방예산에는 본예산 외에 1866억 대만달러(약 8조 5000억 원)의 특별예산도 함께 잡혔다. 이 가운데 1176억 대만달러(약 5조 3600억 원)는 새롭게 추가된 것으로, 전투기 도입, 장거리 미사일, 해상 방어망 강화 등 ‘현대식 전력 투자’가 핵심이다.
또 이번부터 퇴역군인 연금과 해안경비대 지출도 국방비에 함께 묶였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사용하는 기준에 맞추려는 의도다. 총액 기준을 끌어올려 ‘방위비 3%’라는 목표치를 달성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예산안은 입법원 심사를 거쳐 확정된다. 대만이 국방비를 대규모로 늘린 것은 단순한 군사적 필요뿐 아니라 미국과의 안보 공조 강화라는 정치적 의미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의 국방비 확대는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동맹국의 방위 분담 확대를 꾸준히 요구해왔고,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2025년도 국방예산 총액은 약 61조 5900억 원(약 515억 달러)으로, 2024년 대비 3.6% 증가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2.32%를 차지한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약 63% 늘어난 규모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2026년 기준 약 1조 5200억 원(약 11억 달러)으로, 2025년 대비 8.3% 증가하는 합의가 최근 이뤄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