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AI 로비전’ 본격화, 오픈AI 브록먼·앤드리슨 호로위츠 참여
‘리딩 더 퓨처’ 슈퍼팩 출범, 암호화폐 로비 모델 재현
‘리딩 더 퓨처’ 슈퍼팩 출범, 암호화폐 로비 모델 재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5일(현지시각) 보도에서, 벤처투자사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와 오픈AI 사장 그렉 브록먼(Greg Brockman)이 새 정치자금 조직 ‘리딩 더 퓨처(Leading the Future)’를 세웠다고 전했다. 이 조직은 내년 미국 중간선거를 겨냥해 인공지능 친화적인 정책을 확산시키고, 과도한 규제를 주장하는 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 암호화폐 로비 모델 따른 ‘AI용 슈퍼팩’
‘리딩 더 퓨처’는 선거자금과 온라인 광고를 통해 후보자 지지·낙선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가상화폐 업계를 대변하며 정치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특별한 정치단체인 슈퍼팩 ‘페어셰이크(Fairshake)’의 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페어셰이크는 당시 미국 상원에서 암호화폐 규제 강화를 주장한 셰로드 브라운(민주·오하이오) 전 상원의원의 낙선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AI 슈퍼팩이 “AI판 페어셰이크”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리딩 더 퓨처의 책임자 조시 블라스토(Josh Vlasto) 와 잭 모팻(Zac Moffatt) 은 공동 성명에서 “AI 확산을 늦추고 미국의 혁신과 일자리 창출 기회를 막으려는 세력이 있다”며 “우리는 이런 시도에 맞설 집단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스토는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 보좌관을 지냈으며, 모팻은 공화당 대선주자였던 미트 롬니 캠프에서 디지털 전략을 담당한 바 있다.
◇ 브록먼·앤드리슨 전면에… “중국 경쟁·州 규제 혼선 우려”
오픈AI 공동창업자인 그렉 브록먼은 배우자와 함께 기부자로 참여했다. AI 검색업체 퍼플렉시티와 실리콘밸리 대표 투자자 론 콘웨이도 후원자로 나섰다.
앤드리슨 호로위츠 역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 마크 앤드리슨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해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점점 보수 쪽으로 기운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직 출범의 큰 배경에는 중국과의 AI 주도권 경쟁이 있다. 미국 의회가 AI 규제 법안을 미루는 사이, 주마다 서로 다른 규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공화당에서는 향후 10년간 주 단위 AI 입법을 금지하자는 안이 나왔지만, 지나친 제한이라는 이유로 폐기됐다.
리딩 더 퓨처는 정치적 편향을 피하고 민주·공화 양당 후보를 가리지 않고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활동 무대는 먼저 뉴욕,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오하이오 등 4개 주로 정했다. 조직 형태는 연방 정부와 각 주 정부 선거에 돈을 쓸 수 있는 두 가지 정치자금 조직(PAC)을 만들고, 여기에 정책을 직접 홍보할 수 있는 비영리단체(미국 세법상 ‘501c4’라고 부름)까지 함께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미국 IT업계의 거물들은 AI 규제를 둘러싸고 정치 무대에 엄청난 자금을 밀어넣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로비 조직이 실제 제도 변화를 끌어냈던 것처럼, AI 업계도 이번 움직임을 통해 입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