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홀텍, 인도에 'SMR 200기' 짓는다…구자라트에 거대 생산 거점 구축

글로벌이코노믹

美 홀텍, 인도에 'SMR 200기' 짓는다…구자라트에 거대 생산 거점 구축

홀텍, 인도에 SMR 200기 건설 목표…차세대 ‘SMR-300’ 설계 승인 착수
단순 수출 넘어 현지 제조…글로벌 SMR 공급망 주도권 확보 포석
인도 ‘원전 100GW’ 목표 가속…규제 완화 속 K-원전과 진검승부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이 인도 원전 시장의 판도를 바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이 인도 원전 시장의 판도를 바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원자력 장비 대표 기업인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이 인도 원전 시장의 판도를 바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홀텍은 인도 구자라트주에 전용 제조 공장을 세워 소형모듈원전(SMR) 200기를 생산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인도 매체 더프린트(ThePrint)의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 싱 홀텍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단독 인터뷰에서 "인도 전역 600개 행정 구역 중 3분의 1을 감당할 수 있는 200기 설치를 목표로 삼았다"며 인도 원자력규제위원회(AERB)와 300MW(메가와트)급 SMR 설계 승인을 위한 논의를 곧 시작한다고 밝혔다.

구자라트에 신규 공장 설립…'SMR-300' 설계 승인 초읽기


홀텍은 인도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해 구자라트주에 원자력 발전소용 주요 장비를 생산할 공장 부지를 매입한다.

싱 회장은 "이르면 다음 달 안에 부지확보를 마칠 것"이라며 "이 공장에서 만드는 장비는 원전뿐 아니라 일반 화력 발전소에도 사용할 수 있는 이중 목적 장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인도 다헤즈(Dahej)에 복수기(condenser) 생산 시설을 운영 중인 홀텍에 있어 이번 공장은 인도 내 두 번째 제조 거점이 된다.

핵심 모델은 300MWe(메가와트 전력)급 용량을 갖춘 'SMR-300'이다. 홀텍은 현재 미국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에너지 센터에서 동일한 모델의 2기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싱 회장은 인도의 원자력 규제기관인 AERB가 적절한 자원을 지원받는다면 6개월 안에 설계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규제기관이 약해지면 대중의 신뢰를 잃고 인도 원전 프로그램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철저한 검증과 지원의 필요성을 덧붙였다.

원전 운영의 핵심인 핵연료 공급망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홀텍은 프랑스 원전 기업 EDF와 강력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프랑스 프라마톰(Framatome)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연료를 조달할 계획이다. 앞으로 인도 내에 연료 가공 공장을 직접 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지 맞춤형 '인도화' 전략과 100GW 목표 달성 지원

홀텍의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을 바탕으로 추진한다. 지난해 3월 미국 에너지부는 홀텍이 인도 타타 컨설팅 엔지니어스, L&T(라센 앤 토브로), 현지 법인인 홀텍 아시아와 기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홀텍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더 많은 인도 기업과 손을 잡기 위해 승인 조건 변경을 신청할 계획이다.

미국산 설계를 그대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인도 현지 상황에 맞게 개량하는 '인도화(Indianization)' 작업이 핵심이다.

싱 회장은 "미국 원전 설계를 인도 현지에서 제작할 수 있도록 조정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인도와 미국의 협력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승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정부는 현재 8GW(기가와트) 수준인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47년까지 100GW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좁은 면적인 약 12만 1400㎡(2기 기준)에 건설할 수 있고, 사고 시에도 펌프나 모터 없이 중력만으로 작동하는 '수동형 안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인도의 토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힌다.

물 부족·지진 위험 극복이 관건…전문 인력 양성도 병행


야심 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척박한 환경은 기술적 과제다. 홀텍은 물이 부족한 사막 지역이나 지진이 잦은 지형에서도 안전하게 가동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강조한다.

SMR-300은 냉각수로 물을 쓰는 대신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 응축기'를 선택할 수 있어 강이나 바다 근처가 아니어도 설치가 가능하다. 지진에 대해서도 중력 가속도의 0.5배 수준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해 인도 전역에 동일한 디자인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부족한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교육 인프라 구축도 제안했다. 싱 회장은 "인도 공과대학교(IIT) 등 주요 교육 기관과 협력해 SMR 전문 교육 과정을 만들고 원자력 품질 보증 프로그램을 운영해 숙련된 인력을 길러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전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협력이 인도의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인도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홀텍의 SMR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인도는 단순한 수요처를 넘어 전 세계 SMR 공급망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원전 시대를 여는 이번 프로젝트는 인도 정부가 최근 민간 참여를 허용한 '샤티(SHANTI) 법'의 세부 시행 규칙을 마련하는 시점과 맞물려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기회의 땅' 인도 규제 장벽 완화…글로벌 원전 경쟁의 격전지로 부상


홀텍의 이러한 공격적인 행보는 인도 정부가 최근 민간 기업의 원전 사업 참여를 허용한 '샤티(SHANTI) 법'의 세부 지침을 마련하는 시점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인도는 국가 주도로만 원전을 운영해 왔으나, 이번 규제 완화로 외국 자본과 민간 기술이 유입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원전 업계에서는 홀텍이 인도의 대형 건설사인 L&T, 타타 컨설팅 등과 손을 잡은 것을 두고, 인도가 단순한 원전 수요처를 넘어 글로벌 SMR 공급망의 핵심 제조 허브로 도약하려는 신호탄으로 풀이한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 능력을 갖춘 한국 원전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 될 전망이다.

홀텍과 프랑스 EDF 연합의 선제적인 공세에 맞서, 한국 기업들 역시 인도 특유의 척박한 환경에 특화된 차세대 SMR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인도가 2047년까지 100GW 원전 확보를 목표로 하는 만큼, 한국의 정밀 기자재 공급 능력과 운영 노하우를 인도 현지 제조 역량과 결합한다면 강력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