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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피더스 지원 위해 '홋카이도 물류 룰'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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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피더스 지원 위해 '홋카이도 물류 룰' 만든다

현행법상 '2시간 규제'가 최대 걸림돌...해상 운송 효율 저하
민관 협의체 올가을 출범...TSMC·삼성과 경쟁 위한 공급망 완결성 확보 목표
닛폰 익스프레스가 홋카이도 에니와시에 개설한 물류 창고. 라피더스 공장에 공급될 반도체 재료를 보관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한다. 사진=닛폰 익스프레스이미지 확대보기
닛폰 익스프레스가 홋카이도 에니와시에 개설한 물류 창고. 라피더스 공장에 공급될 반도체 재료를 보관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한다. 사진=닛폰 익스프레스
일본 정부가 차세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의 안정적인 양산 체계 구축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고 닛케이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위험물 자재의 해상 운송 규정을 손질해, 이른바 '홋카이도 룰'을 만들기 위한 민관 협의체가 올가을 출범한다. 2나노미터(nm)급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는 국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지역 규정 정비를 넘어, TSMC·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공급망 안정성' 확보 전략의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라피더스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면서, 홋카이도 지역의 물류 기반 시설 확충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라피더스 공장이 들어서는 지토세시 근처에는 이미 가지마 건설, 에스콘 재팬, 세계적인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 등이 대규모 물류 창고 건설 계획을 확정하며 반도체 집적단지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라피더스 공장까지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도마코마이항에는 도마코마이 부두가 위험물 전용 창고를 열었고, 올해 안에 고압가스 전용 창고 2개 동을 추가로 가동할 예정이다. 라피더스의 물류 협력사인 닛폰 익스프레스는 이 창고를 거점으로 삼고, 이웃한 에니와시에 2024년 새로 지은 창고와 연계해 항공·철도·해운을 아우르는 통합 운송과 보관 체계를 갖췄다.
◇ 발목 잡는 '2시간 규제', 해상 운송이 유일한 해법

물류 기반 시설은 속속 갖춰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법규에 있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 고순도 가스 같은 위험물은 홋카이도 내 생산 기반이 약해 모두 다른 지역에서 들여와야 한다. 혼슈와 홋카이도를 잇는 세이칸 터널은 안전 문제로 위험물 철도 운송을 엄격히 막고 있어, 바닷길 운송이 유일한 방법이다.

NX종합연구소의 요시후지 도모카즈 주임 연구원은 "항만에서의 위험물 취급에 대해 안전 대책의 근거나 요건이 뚜렷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일정 조정이나 비용을 줄이기 어려운 때가 있다"고 지금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고압가스 저장 규제다. 현행 고압가스보안법에 따라, 항만에 도착한 고압가스를 2시간 넘게 한곳에 두면 '저장'으로 여겨져 따로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규정을 피하려고 현장에서는 2시간 안에 배에서 트럭으로 짐을 옮겨야 했고, 운송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었다.

◇ 민관 협의체, 공동 운송으로 효율성 돌파구 모색

라피더스가 본격 가동되면 물동량이 크게 늘어 지금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이에 올가을 출범하는 협의체는 '2시간 규정' 완화를 포함해 여러 법규에 맞으면서도 효율을 높일 새로운 운영 방안과 항만 내 임시 보관 기준, 방폭 시설 요건, 비상 대응 지침 같은 구체적인 안전 확보 대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또한, 여러 품종을 소량으로 다루는 반도체 재료의 특성을 헤아려 적재 효율을 높이고 기업 간 수요량을 파악해 공동 운송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룬다. 뚜렷한 '홋카이도 룰'이 마련되면, 라피더스를 중심으로 한 홋카이도 반도체 집적단지가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세계 반도체 경쟁에서 '공급망의 완결성'을 핵심 무기로 삼으려는 일본의 전례 없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