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과 시점 지나며 업체들 재고 소진, 원가 반영 압박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고율 관세가 시행 6개월째에 접어들며 중소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어떻게 책정해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 본사를 둔 욕실·주방 용품 수입업체 톰슨 트레이더스는 인도에서 들여온 수공예 구리 욕조를 약 3300달러(약 449만원)에 판매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구리 제품에 50% 관세를 매기고 인도산 수입품 전반에도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이 회사의 대표 클리퍼드 톰슨은 “모두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에 가격을 설정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인도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두 배로 오른 직후 미국 항소법원이 일부 관세의 법적 근거를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혼란은 더 커졌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38%가 올해 남은 기간 책정할 가격에 확신이 없다고 답했고 60%는 원자재 비용 전망에 불확실성을 드러냈다.
톰슨 트레이더스는 로우스와 홈디포 같은 대형 유통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나 가격 인상 요구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튀르키예산 세라믹 싱크의 경우 관세가 15%로 올랐음에도 로우스는 4~5% 인상만 일부 허용했다. 협상 담당자인 크리스 드빌러스는 “추가 인상을 요구해야 할지조차 불확실하다”며 “결국 우리가 떠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가격 충격 우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관세의 소비자 가격 영향이 일부 품목에서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고 지난주 밝혔다. 톰슨 트레이더스는 마케팅 비용과 임원 급여 삭감까지 검토 중이다. 특히 450달러(약 61만원)에 판매되던 구리 싱크는 관세가 유지될 경우 800달러(약 109만원)까지 올려야 할 수 있는데, 이는 대형 유통망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다. 실제로 회사는 최근 인도 공장에서 이미 포장된 구리 욕조 50개 출하를 보류했다.
◇적용 방식 불투명성
관세 적용 기준도 불분명하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완제품 가격이 아니라 원재료 가치에 관세를 매기는 것으로 보이나 통관 대행사마다 해석이 달라 내부적으로 가격표 수정을 미루는 상황이다. 이 회사의 마케팅 총괄인 알레한드라 톰슨 데 호르단은 “새 가격표를 작성해도 확신이 없어 아직 고객들에게 전달하지 못했다”며 “지금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생산 대안 부재
톰슨 트레이더스는 멕시코산 제품의 경우 수세기 전통 기술을 지닌 장인들에게 의존하고 있어 미국 내 생산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중국·터키 등 교역국과 협상 중인 만큼 관세 변동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클리퍼드 톰슨은 “관세가 국가에 필요하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지 명확성이다. 그래야 가격을 확정하고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