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생활비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학자들은 기업이 제품 가격 인상 대신 내용물 양이나 품질, 서비스 범위를 몰래 줄여 실질적 가격 인상 효과를 얻는 ‘스니크플레이션(sneakflation)’이라 부르며 시간이 갈수록 가격 인상이 서서히 체감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CNN이 2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트럼프 "외국이 부담" 주장했지만…데이터는 반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관세로 인해 물가가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외국 기업과 정부가 비용을 떠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 수입 가격 하락 없어…기업이 감내 후 전가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는 “만약 외국 수출업체가 관세를 흡수했다면 미국 수입 가격이 떨어져야 하지만 오히려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피치 레이팅스의 올라루 소놀라 책임자도 “비용은 수입업자가 대부분 감당하고 있으며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알베르토 카발로 하버드대 교수는 “관세 효과는 1~2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날 것이며 결국 소비자가 상당한 몫을 부담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 ‘느린 인상’에 노출된 소비자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관세로 매주 비용이 오르고 있다”며 “가능한 한 가격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들이 장기간 비용을 감내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많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의 평균 가격 인상률 예상치는 3.5%로, 지난해 말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저소득층 가계에 타격이 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네이비 연방 신용조합의 헤더 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소득층은 이미 주간 단위로 지출을 조정하며 버티고 있다”며 “관세가 촘촘히 반영되는 가격 인상은 이들에게 사실상 ‘느린 출혈’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