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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롯데, 베트남 투티엠 신도시 사업 '계약 해지'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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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롯데, 베트남 투티엠 신도시 사업 '계약 해지' 요청

토지사용료 부담 급등…8년 지연 끝에 재정 압박
현지 업계 "행정 지연에 따른 추가 부담, 제도 개선 필요"
투자 계약 8년, 착공 3년이 지났지만, 아직 공터에 펜스만 설치된 투티엠 에코 스마트 시티 사업 부지. 사진=닙송낀조안이미지 확대보기
투자 계약 8년, 착공 3년이 지났지만, 아직 공터에 펜스만 설치된 투티엠 에코 스마트 시티 사업 부지. 사진=닙송낀조안
베트남 호찌민시 투티엠 신도시의 핵심 개발 프로젝트인 '에코 스마트 시티'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였다고 베트남 현지 언론 닙송낀조안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행정 절차 지연과 토지사용료 급등으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호찌민시 당국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베트남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 8년 지연 끝에 멈춘 대규모 개발

롯데그룹의 현지 법인인 롯데 프로퍼티스 HCMC는 2017년 호찌민시와 계약을 체결하고, 총투자비 20조 100억 동(약 1조 585억 원)을 들여 투티엠 신도시 2A 기능지구 7만 4513㎡ 부지에 대규모 복합 단지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이 사업은 상업·서비스·고급 주거시설을 아우르는 11개 타워(5~50층) 건설을 목표로 2022년 착공식까지 마쳤지만, 현재까지 터 다지기와 울타리 설치 외에는 실질적 공정이 진척되지 않았다.
롯데는 최근 호찌민시에 보낸 공문에서 "2017년 사업 계약 체결 이후 정부 감사와 각종 행정 절차 지연으로 토지사용료와 임대료, 총투자비가 초기 계획을 크게 초과했다"며 "토지사용료 납부를 포함해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호찌민시는 지난 7월 이 부지의 토지 가격을 16조 1900억 동(약 8564억 원)으로 최종 승인하고 세금 납부를 통지했다. 그러나 롯데 측이 토지사용료 납부 기한 조정을 요청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공문 발송 한 달여 만에 사업 포기를 공식화했다.

◇ 업계 공통의 구조적 문제

롯데 사례는 베트남 부동산 시장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를 보여준다. 베트남에서는 행정 지연으로 토지사용료 산정과 승인이 늦어지면서, 사업이 수년간 중단되는 일이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금융비용과 기회비용이 누적돼 기업의 재정 부담은 급격히 커진다.

호찌민시부동산협회 레 호앙 쩌우 회장은 "투득시의 한 개발업체는 애초 500억 동(약 26억 원)으로 예상했던 토지사용료가 최근 3000억 동(약 150억 원)으로 뛰었다"며 "분양가는 동결돼 수익성이 악화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연 5.4% 추가 부담 논란

최근 베트남 정부가 마련 중인 시행령 초안도 업계 불안을 키우고 있다. 초안은 토지를 인도받은 뒤 가격이 확정되지 않아 납부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연 5.4%의 추가 납부금을 소급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쩐안그룹 쩐득빈 회장은 "정부의 행정 지연으로 세금 고지서조차 받지 못했는데, 소급 적용으로 수년 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경우 일부 기업은 사실상 파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롱안성 한 프로젝트의 경우 원금 300억 동(약 15억 원)에 연 5.4%를 7년간 적용하면 약 114억 동(약 6억 원)의 추가 금액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노바랜드그룹 까오민히에우 부회장도 "2015~2016년에 토지를 인도받은 13개 프로젝트가 여전히 세금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며 "리치스타 프로젝트의 경우 10년간 지연돼 연체금이 약 370억 동(약 19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 시장에 드리운 그림자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확실성이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주택 시장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흥틴랜드 응우옌반탕 부사장은 "현재 기준으로 최소 20개 사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추가 부담이 분양가에 반영되면 서민의 주택 접근성이 악화된다"고 경고했다.

베트남부동산중개인협회 응우옌반딘 회장은 "토지사용료는 주택 가격의 핵심 요소로, 이 비용이 오르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시장 불안과 국민의 주거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청년기업가협회 당홍안 회장은 "행정 지연으로 피해를 본 기업에 대한 추가 요금은 전액 면제돼야 한다"며 "토지 가격 산정의 최대 기한을 법으로 명확히 하고, 지연 발생 시 책임 기관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베트남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 강화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