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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스티글리츠 "美 국채시장, 트럼프 관세 효과 과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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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스티글리츠 "美 국채시장, 트럼프 관세 효과 과소평가"

재정적자, GDP의 6% 넘어…환급 리스크 확대
EU, 안보 의존 탓에 불리한 무역협정 수용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미국 채권시장이 트럼프 관세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경고음을 울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미국 채권시장이 트럼프 관세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경고음을 울렸다. 사진=로이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미국 채권시장에 경고음을 울렸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단기 세수 증가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시장이 이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는 지난 5일(현지시각) 이탈리아에서 열린 암브로세티 포럼에서 CNBC와 만나 "미국 정부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시장에서는 상황이 잘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신호가 장기 금리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10년간 실질 금리가 2%에서 약 2.5% 수준으로 올랐다며 "시장 반응은 여전히 늦다"고 덧붙였다. 그는 "장기 미국 국채가 재정 악화 위험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시간이 갈수록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관세 수입과 재정 적자


스티글리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관세로 재정적자를 메운다"는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기업들이 공급망을 단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당장은 기존 구조를 유지하며 높은 관세를 내야 하지만, 머지않아 다른 길을 찾아 세 부담을 줄이게 된다"며 "그 순간 관세 수입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재정 상태는 단순한 예측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 연방항소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상당수를 불법으로 판결하면서, 워싱턴이 수십억 달러를 되돌려줘야 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주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잠시 5%에 도달했다.

◇ 재정 악화와 전문가 분석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도 CNBC에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높은 적자 흐름을 굳혔다"며 "세금은 줄이고 지출은 늘린 뒤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는 재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총생산 대비 6~7%에 이르는 적자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짐이 된다"고 경고했다. 퍼먼은 또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무너지진 않겠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과 기업 투자 위축 같은 부정적 여파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애버딘 자산운용의 채권 책임자 조너선 몬딜로는 CNBC에서 "투자자들이 미국 장기 국채에 여전히 큰 우려를 갖고 있다"며 "관세 수입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그것이 부채 상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위험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글리츠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최근 무역협정에 대해서도 "유럽에 불리한 거래"라고 평가했다. 그는 "EU가 나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무역만이 아니다. 유럽은 국방력을 갖추지 못했고 미국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트럼프가 처음 집권했을 때 이미 미국이 믿을 만한 동맹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며 "유럽이 얻은 것은 최선이 아닌 최악의 협상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