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민당국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수백 명의 한국인 노동자를 체포한 사건은 단순 불법 고용 문제를 넘어 한·미 외교·통상 관계 전반에 불똥을 튀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은 이번 단속이 양국 간 대규모 투자 협상과 맞물리며 민감한 시점에 발생한 만큼 외교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7일(이하 현지시각) 분석했다.
◇ 3500억달러 투자 패키지와 ‘민감한 시점’
로이터는 이번 단속이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3500억 달러(약 485조 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WP는 “무역·관세 협상 중 발생한 이번 사태가 한국 정부와 기업에 새로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통상 협상의 민감한 시기에 한·미 간 외교적 충돌로 해석했다.
◇ 전략적 목적 가능성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단속의 배경에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투자·정책 분석 전문매체 AInvest는 “이번 단속은 양국 간 무역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미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기술·에너지·핵심 제조업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거나 엄격히 심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방향은 기술·에너지 등 민감 산업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고 있어 단속이 단순한 불법 고용 적발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에 대한 감시와 압박 강화의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권익과 미국 내 한국 기업의 경제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선 안 된다”며 외교부에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필요 시 직접 워싱턴을 방문하겠다고 밝혔으며 정부는 ‘재외국민 보호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영사 인력을 증원하고 구금자들의 의약품 전달 등 실질적 지원에 나섰다.
현재까지 단속의 직접적인 목적은 불법 취업 단속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체포가 양국 관계에 민감한 시점에서 발생했고 한국 기업의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가 직격탄을 맞은 만큼 외교적 파장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신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