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이민단속 여파가 현지 한인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단속이 조지아 지역에 새롭게 뿌리내린 한인 공동체를 충격에 빠뜨렸으며 지역 내 경제·사회적 갈등까지 불러오고 있다고 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급성장한 한인 사회의 충격
WSJ에 따르면 조지아주 사바나 인근의 풀러는 최근 인구가 급증하며 새로운 한인 거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 4일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현대차 메타플랜트 단지를 급습해 한국인 다수를 포함한 500명 가까운 노동자를 체포하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WSJ는 “현지 한인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합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까지 부당한 시선을 받을까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 “우리는 환영받는 줄 알았다”
풀러에서 교회를 운영하는 김호성 목사(미국명 로빈)는 “우리는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며 환영받는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단속으로 이미지가 산산이 조각났다”고 말했다. 그의 휴대폰에는 1400여명이 가입한 카카오톡 채팅방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올라왔다. WSJ는 “지역 한인 사회가 충격 속에 서로를 붙잡고 불안을 나누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 지역 정치·노동계 반발
조지아주 경제개발국은 한국을 “조지아의 3대 교역국이자 핵심 파트너”라고 강조했지만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은 공장 운영 방식에 불만을 드러냈다. 배리 지글러 배관·용접노조 지부장은 “몇 달 전 숙련공 수십 명이 해고되고 불법 체류 노동자들이 투입됐다”며 “현장 노동자들의 분노가 크다”고 말했다. 연방 하원의원에 출마한 토리 브래넘 후보는 “조지아 주민에게 돌아와야 할 일자리가 값싼 불법 노동으로 대체됐다”며 국토안보부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 불안한 미래
사바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인 엔지니어 손운용 씨는 “미국은 한국인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면서도 합법적 취업 비자는 몇 달씩 걸린다”며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공장을 제때 완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민은 “나는 합법적으로 체류 중이지만 이번 사태로 다시 미국에 돌아오지 못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 흔들리는 ‘코리안 드림’
풀러에서 첫 주택을 마련하고 교민 대상 무료 영어수업을 진행해온 한인 부부 로빈·한나 김은 “우리가 잘 정착해 미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질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WSJ는 “이번 단속으로 많은 교민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교회에서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두고 논쟁을 벌이거나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며 “조지아주가 환영했던 한인 공동체가 일순간 불안과 긴장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