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7승 이후 급반전…'불법·위헌' 판결 연발로 핵심정책 연쇄 무력화

연방 판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시외국인법’ 활용 강제추방 가속화,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배치, 하버드대학 연방자금 20억 달러(약 2조7700억 원) 동결 등 핵심 정책들을 '불법'이고 '위헌'이라고 판단하며 잇따라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화들짝 놀란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판결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에서 22건 중 17건의 긴급 요청을 승인받으며 연승을 이어가던 트럼프 행정부에 예상치 못한 타격이었다. 특히 지난달 항소법원이 일부 관세를 취소한 데 이어 연방 하급법원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 하버드 자금 동결, '이념 공격' 판결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의 앨리슨 D. 버로우스 판사는 지난 4일 하버드대학 연방자금 동결 조치에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며 위헌 강압"이라고 판결했다.
행정부는 하버드대가 반유대주의 대응에 실패했다며 2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동결한다고 밝혔지만, 버로우스 판사는 이 주장이 "진짜 이유를 숨기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판사는 "학교가 최근 몇 년간 반유대주의 문제에 시달렸지만, 지난해 초부터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조치를 취했다"면서 "백악관이 시도하는 대부분의 변화와 취소하는 보조금은 이와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종료된 보조금은 유방암, 항생제 내성, 재향군인 건강 연구 등 모든 종류의 의료·과학·기술 프로젝트와 관련돼 있다"며 행정부가 "반유대주의를 내세워 이 나라 최고 대학을 자신들의 정치 성향에 따라 공격하려는 가림막으로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배치도 '법 위반'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의 찰스 브라이어 판사는 지난 3일 행정부의 주방위군 배치가 19세기 ‘포세 코미타투스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이 법은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군대를 국내 경찰 활동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행정부는 지난 6월 트럼프의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선 뒤 주방위군을 가동하고 수백 명의 해병대를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파견했다. 일부 시위가 폭력으로 변했고 연방 재산과 인력 보호를 위해 군대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브라이어 판사는 52페이지 판결문에서 "정부가 무장 군인과 군용 차량을 조직으로 사용해 보호 경계와 교통 봉쇄를 설정하고 군중 통제에 참여했다"며 이는 법 위반이라고 명시했다. 명령은 9월 12일까지 보류되며 행정부는 항소 방침을 밝혔다.
◇ 외국인법 활용 추방도 제동
루이지애나 제5순회항소법원은 지난 3일 행정부가 1798년 외국인법을 사용해 베네수엘라 갱단원 추정자들을 추방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베네수엘라의 '트렌 데 아라과'(TdA) 갱단 일원 추정자들을 추방하기 위해 거의 사용되지 않던 전시 권력을 발동했다. 이 조직이 "미국 영토에 침략 또는 약탈 침입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법원은 "정부가 실제로 전쟁 상황과 같은 적대적 침공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의 에드워드 첸 판사는 지난 6일 크리스티 노엠 국토안보부 장관이 아이티와 베네수엘라 출신 수십만 명에 임시보호지위(TPS)를 종료한 조치가 법 권한을 초과했다고 판결했다.
◇ 관세 무효화로 대법원 긴급 항소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우려하는 판결은 지난달 29일 연방순회항소법원이 긴급권한 법령을 사용한 관세 부과가 권한 초과라고 판결한 것이다. 법원은 "관세는 의회의 핵심 권한"이라며 트럼프의 명령이 "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행정부는 지난 4일 긴급 서류를 통해 대법원에 이 사건 심리를 요청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중요한 외국 무역 파트너와의 협상을 탈선시키고 국제로 미국의 광범위한 전략 이익을 위협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속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논란 속에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거의 20번의 대법원 승리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정책은 전례 없는 수의 법 도전과 불법인 하급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서 합법인 것으로 일관되게 지지받아 왔다"며 "승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